외풍 시달리는 금융지주사…'新 관치 금융' 논란
민간 금융사 세부 경영전략에
사실상 CEO 선정 문제까지
과잉 개입 움직임 지적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지주사들이 외풍에 시달리며 '신(新) 관치(官治) 금융'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워지는 영업 환경 속 정부가 민간 금융사의 세부적인 경영 전략, 심지어 사실상 최고경영자(CEO) 선정 문제에까지 직접 손을 대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과잉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터질 때마다 금융지주사 CEO들의 옷을 벗기는 식으로만 일관하고 있어 감독당국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데 대한 책임을 면탈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 정부 들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그럴 위기에 처했던 금융사 CEO들은 7명에 이른다. 2017년 말부터 국내 금융권이 '채용 비리'란 광풍에 휩싸인 탓이다. 직원 채용에 특혜를 줬으면 기관 책임자인 수장이 직접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정부 당국이 채용 비리 고강도 조사란 태클을 걸면서 전 금융권으로 번진 기류였다.
이 때문에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이 각각 2017년과 2018년 자리에서 물러났고 박근혜 정부에서 친정부 인사로 분류됐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도 채용 비리에 따른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으로 연임 반년 만에 자리를 내놓게 됐다.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은 2017년 채용 청탁 의혹으로 검찰로부터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당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연임이 유력했던 김 전 회장은 이듬해 차기 회장 후보 면접을 몇시간 남겨두고 돌연 후보 사퇴를 발표해 의문을 남겼다. 당시 단독 후보가 됐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순조롭게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문 정부 초기부터 금융위원장은 물론,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 오르는 등 금융권 수장으로 이름이 거론된 인사다.
또 지난달에는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최악의 상황인 '법정구속'을 면하게 됐다. 회장직 연임이 가능해졌지만 조 회장은 항소를 통해 다시 한 번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최근에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손 회장의 거취 문제로 우리금융은 지주 회장직 뿐만 아니라 은행장 후보 선정 작업 또한 원점에서 재논의하게 되면서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해 향후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기 유력 회장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던 함 부회장은 잔여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차기 회장직에는 도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는 앞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하나은행장으로 재임했으나 채용비리 리스크로 자진 용퇴한 바 있다.
특히 윤석헌 금감원장의 취임 이후 규제 강화에 더욱 방점이 찍히며 금융권의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윤 원장은 '금융권 길들이기'란 비판 속에 폐지됐던 금융사 종합검사제를 4년 만에 부활시켰고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근로자추천 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추진했다. 실제 IBK기업은행ㆍKDB산업은행 등 대형 국책은행 노조가 연이어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거나 추진 중에 있어 경영의 자율성 침해 논란도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사실상 CEO 선출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떤 사태가 발생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면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CEO를 바꾸는 결과를 초래하기 보다는 주주나 투자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맞다"면서 "지금은 사실상 CEO 선출 과정에 개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관치 이슈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사 권한과 징계권을 한 조직에서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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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에서도 직원간 일로 CEO를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한다"면서 "이번 DLF 사태 제재는 반기업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이후 소비자들이 은행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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