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하나
장기화 조짐에 경제타격 불가피
"신종 코로나 시나리오별 경제성장률 파악중"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사태가 확산하면서 한국은행이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기존 전망치(올해 2.3% 성장)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상치 않게 불거진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 보여 수출뿐 아니라 국내 소비ㆍ생산ㆍ투자 부문의 연쇄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 성장률 2.0% 달성도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오며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5일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현재 신종 코로나 사태를 '심화-완화-중간(베이스라인)'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성장률 전망치를 추산하고 있다"며 "중간 단계 시나리오로 추정한 결과를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아직 신종 코로나가 확산된 설 연휴 이후 지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관광과 내수에 타격이 있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전망과 교역량, 상품시장(유가) 등은 한은이 성장률을 전망할 수 있는 '전제치'다. 세계 경제 영향을 반영하기 위해 특정 상황을 전제로 잡고 성장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 여파로 국외 상황은 모두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공장들이 멈춰서며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들 전망이고, 유가도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가 40달러 이하로 더 급락할 경우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경기 충격 가능성이 있다.
이미 중국의 경제성장률 급락을 전망한 기관이 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의 비중이 16%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 미치는 파장도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수출액 5424억달러 중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5%에 달한다.
한은은 자체적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에 미치는 영향' 밴드를 갖고 있다. 0%대 초반 수준이다. 다만 어떤 요인 때문에 중국의 성장률이 하락했는지에 따라 그 여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한은이 고심하는 포인트다. 중국 내부적 이슈로 성장률이 떨어지면 한국엔 무역에만 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관건은 국내 소비가 얼마나 크게, 오랜 시간 동안 타격을 입는지다. 현재로선 신종 코로나가 국내에서는 빠른 속도로 확산하지 않는 만큼 소비 외에 생산(조업 중단)→수출까지 타격이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와 한은은 일일 카드 결제 승인액 동향과 업종별 충격을 점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카드 역시 대리지표(proxy)가 될 수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결제가 활발하기 때문에 소비 충격이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당시만큼은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부정적 요소다.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정부가 해외 단체여행을 금지하고 우리 정부 역시 중국인들의 방문을 제한하며 관광객 수가 급감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잠정치) 외국인 관광객 중 34.4%가 중국인이다. 2018년 기준 외래 관광객 1인당 지출 경비 역시 중국인이 1887달러로 2위를 차지해 해외여행객 감소로 인한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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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정부가 경제전망 하향조정을 예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사태의 진전에 따라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영향이 뚜렷이 지표상 나타나는 것은 방한 관광객 축소"라고 말했다. 한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홍 부총리의 발언은 경제전망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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