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목이 너무 강한가'라는 주저함이 들었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두를 연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워낙 높다 보니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에서 일반 한국어 강좌와 대학의 한국 관련 강의 요구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에서도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다. 한국에 대해 더 심도 있게 알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수가 증가하는 것을 보니 괜히 뿌듯하면서도 그에 대한 걱정도 생긴다. 이러한 현상은 아세안 국가의 전반적인 추세다. 싱가포르 대학뿐만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대표 국가의 국립대학에서 한국 관련 강좌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여름, 겨울 방학 동안의 기회를 통해 한국 대학으로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다녀오는 학생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최근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아세안 국가를 돌며 한국학 특강을 하는 등 더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아세안칼럼] 한국인이라도 다 한국을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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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연 이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 칼럼에서 동남아시아 관련 연구와 이해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지금 이 시기에 우리는 과연 한국에 대해 잘 전달하고 있는가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세안에서 한국 관련 강좌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다 보니 체계적인 한국 강좌가 열려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전달자의 주체다. 한국인이라고 다 한국에 대해 가르칠 수 있을까? 특정 국가에 대한 강의는 사실 여러 가지 점이 감안돼야 한다. 국가적인 관점에 잡혀 한국인이면 한국에 대해 알기 때문에 한국 관련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양해야 한다. 한 식사 자리에서 외국 교수들이 한류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고 한국인 교수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이 한국인 교수가 한류의 원인은 일본 문화라고 약 10분간 미니 강의를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됐다. 한류 관련 강의를 만들어야겠다고 하며 농담 반으로 식사 자리는 끝났다. 실로 큰 충격이었다. 가끔 가다 이런 질문을 받는 적이 있다. 또 여러 대학에서 한국 강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자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 관련 강의를 맡게 된다는 이야기도 가끔 들린다. 한류의 원인이 단순히 일본 문화 때문일까? 아니다. 복합다변적인 면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렇게 식사 자리를 마치고 한류 강의를 맡아야겠다는 농담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려가 엄습했다.


또 굉장히 민족적인 사관에 사로잡혀, 외국인이 한국학 관련 연구를 할 때 무턱대고 경시하는 한국 학자들도 접했다. '당신이 나보다 잘 알겠어?'라는 태도다. 한국 관련 강의는 그 분야를 연구한 이들이 객관적, 학문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한국인이라고 한국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잘못된 지식의 전달이 이뤄질 수도 있고, 무조건적인 한국 지상주의 주입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자격에서 국적과 민족이 우선시되는 게 아니라, 그 분야를 심층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가르쳐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국을 연구할 때 우리도 한국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관점을 얻을 수 있다.

한국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일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많은 일본학자를 배양할 수 있었다.


우리도 체계적으로 그리고 심도 있게 한국학 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한국 관련 강의에서 해당 국가와의 관계도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존중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한국 성공 전달하기 식의 강의는 매우 거부감을 일으킨다. 꽃이 만개했을 때 세심하게 관리해야 이후에 더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 김혜진 싱가포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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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정치국제학 교수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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