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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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통증을 바라보는 통증 전문의 시선은 마치 구걸하는 앵벌이를 보는 경찰관의 시선과 비슷하다. 지나가는 행인은 앵벌이 소년에 대해 단순한 연민의 감정을 느낄 뿐이겠지만 같은 상황에서 경찰관은 앵벌이 소년을 조종하는 배후인물이 있지 않을까 의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관은 우선 앵벌이 소년이 만나는 사람을 살피는 것으로 수사를 시작하리라.


통증 전문의도 마찬가지이다. 병원에 찾아온 환자는 '아픈 곳'이라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의사는 환자가 호소하는 현상뿐만 아니라 현상 뒤에 있을 수 있는 '숨은 원인'을 꼼꼼하게 살핀다. 아픈 곳과 원인이 되는 곳이 일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의사와 환자는 통증의 '숨은 원인'을 찾기 위해 서로 수고스럽더라도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 경우에는 통증 부위만 치료해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힘드니까.

그럼 증례를 통해 살펴보자.

# 어깨를 들 때마다 통증으로 힘들다는 35세 남성 환자의 경우이다. 환자가 이야기하는 지점에 압통이 있었고 그 부위를 집중 치료하자 증상이 호전되었다.


# 잠잘 때마다 어깨 통증으로 고통스럽다는 중년 여성 환자. 평상시 어깨 움직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지만, 목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어깨 통증이 심하단다. 진료 결과 목 디스크였다. 몇 차례 목 디스크 치료를 했고 환자의 어깨 통증이 사라졌다.

위의 사례처럼 똑같이 어깨가 아파 내원한 환자의 경우라도 어떤 분은 어깨를 치료해야 하고 어떤 분은 목을 치료해야 한다. 35세 남성 환자는 어깨 힘줄로 인해 아픈 것이니 어깨를 치료했고 중년 여성 환자는 어깨 통증의 배후가 목신경이니 목 디스크 치료를 했다.


있을지도 모를 통증의 배후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통증 부위만 보고 그것도 기계로 보고 진단하는 일은 편하고 쉽다. '뼈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힘줄이 약해졌네요.' '디스크가 있네요.' 등등. 그럼에도 의사는 가능성 있는 여러 원인을 여러 경로를 통해 찾으려 한다. 단순하게 통증만 치료하다가는 임시방편이 되고, 짐작만으로 배후를 확정하고 치료하다가는 환자를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환자에게 항의도 받는다. '나는 근육통이 맞다.' '여기 주사만 놔 달라.' '왜 쓸데없는 곳을 치료하느냐?'


현대 의학에서 '통증' 분야는 아직 미개척지이다. 통증 전문의들은 그래서 더욱더 분발하고 있다. 이러한 증례들이 쌓이면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명의' 소리를 듣기 위함이 아니다. 자식들에게 받은 용돈을 아끼느라 병원에서도 전전긍긍하시는 어르신들의 주름살을 보면 통증의 배후를 모른 체하기가 힘들다. 가끔 오해를 받고 골치가 아프더라도 통증의 배후를 찾아 말끔하게 고쳐드리고 싶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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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 행복마취통증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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