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회장님은 요즘 애들을 잘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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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말이지'로 시작해 '쯧쯧'으로 끝날 때의 씁쓸한 입맛. '세대 차이'를 상징하는 이 통속적인 레퍼토리는 다분히 중의적이다. 그 세대 차이가 빚은 '세대 간 갈등'을 뜻하거나 그 세대 차이를 낳은 '세대 간 몰이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게다가 세대 차이는 역사가 유구하다. 4000여년 전 수메르 점토판에 새겨진 '요새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라는 탄식부터 3000여년 전 호메로스 서사시에 어른거리는 한숨과 질책까지. 기성세대의 눈에 비친 '요즘 애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제멋대로에 이기적이고 불온하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의 요즘 애들은?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내놨다. 1981~1996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에 관해서다. 이들은 X세대(1965~1980년 출생)나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보다 많이 일하고(4.17시간ㆍ기성세대 3.17시간), 더 많이 자고(8.91시간ㆍ기성세대 8.58시간), 더 많이 교육받으며(0.51시간ㆍ기성세대 0.04시간), 더 많이 오락게임을 즐긴다(0.36시간ㆍ기성세대 0.15시간).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TV를 덜 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TV 시청 시간은 1.99시간으로 기성세대의 3.2시간보다 훨씬 짧다.

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시대적 변화를 확증하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미리 정해진 시간에(획일주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집단주의), 방송을 수신만 하는(일방주의) 방식을 거부한다. 이들은 획일주의 대신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성을 선호하며 일방향보다는 쌍방향을 지지한다. 그러니 '본방 사수'는 유물이 된 지 오래이고 TV는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전락했다.


이런 변화를 꿰뚫어본 성공 사례가 넷플릭스다. 1997년 DVD 대여업으로 시작했지만 2007년 온라인으로 영화를 시청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은 52억달러(약 6조2200억원), 전 세계 회원 수 1억5800만명, 하루 콘텐츠 소비량 1억4000만시간. 인터넷 트래픽에서도 이미 한참 전 유튜브를 앞질렀다. "전통적인 TV 방송은 20년 내에 사라질 것이다."(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5년 전에는 '허세'처럼 들린 저 말이 이제는 신랄하게 명치끝을 파고든다.

무엇보다도 넷플릭스가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를 지향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호모 사피엔스'를 빗대어 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명명한 포노 사피엔스. 이들은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감상하고 쇼핑을 즐기며 자동차를 대여하고 음식을 주문한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거대한 사회이자 강건한 세상이며 무한한 우주다. 그러고 보면 스마트폰으로 음식 배달과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의 기업 가치가 미국 자동차 '빅 3'보다 높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넷플릭스와 우버의 사례는 그 메시지가 명확하다. 기업들은 이제 '세대'라는 경영 키워드에 생사를 의지해야 한다. 게다가 세대 차이는 그 주기가 숨 가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복잡다단한 세대 간 관계를 '세대 게임'으로 규정한 전상진 교수에 따르면 세대 간 갈등의 핵심은 '내가 거쳐온 길을 너희도 걸을 것'이라는 연속성의 입장과 '당신은 당신의 길을 걸었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단절된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말인즉 세대와 세대는 태생적으로 병합할 수 없는 관계다. 따라서 세대 차이를 기꺼이 인정하고 몰이해를 극복하는 기업만이 갈등이 아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기업 혁신'이 실은 '세대 공감'을 대전제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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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회장님, 회장님은 요즘 애들을 잘 아시나요?


이정일 부국장 겸 4차산업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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