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데이비드 달러 "美 대선 전까지는 분쟁 휴전"
[미·중 석학에게 듣는다] 무역협정 1단계 이후 G2의 2020 경제는
-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일 년 이상 끌어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정이 지난달 말 일단락되면서 세계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미ㆍ중 양국이 오는 15일 1단계 무역 협정에 정식으로 서명하면 지난해 세계 경제를 짓누른 불확실성 가운데 일부가 해소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1, 2위 경제대국이 협정을 체결해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올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2단계 협상은 1단계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이 1단계 협상 이후 올해 양국의 경제 흐름을 진단했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 전까지는 무역분쟁 휴전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내 대표적 중국 경제 전문가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과 중국의 추가적인 무역 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 일 년 이상 이어진 미ㆍ중 무역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미국 중서부 경제를 이미 해쳤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중국사와 언어를 전공했으며 미 재무부 경제ㆍ금융 특사로 베이징에 파견되는 등 미국 내 손꼽히는 중국통이다.
미ㆍ중 양국은 지난해 말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내용을 포함한 1단계 협정에 합의한 상태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오는 15일 미ㆍ중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을 앞두고 "1단계 합의에 따른 무역 분쟁 휴전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선 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러스트벨트, 팜벨트 지역의 싸늘해진 표심을 의식해서라도 중국과의 유화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한 이들 지역은 현재 무역 전쟁 발발 이후 최대 피해 지역으로 꼽힌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무역 전쟁의 근본 원인이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급격한 성장인 만큼 무역ㆍ기술 패권 등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미국과 중국 간 대규모 무역, 투자를 감안할 때 냉전이 전개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완전한 냉전'은 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 상황은 소비에트 시대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언급해 미ㆍ중 갈등이 향후 신냉전으로까지 악화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보복 관세로 대표되는 미ㆍ중 무역 전쟁이 조만간 환율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고개를 저었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환율 전쟁으로 확대되면 세계와 중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중국이 환율 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중국이 환율 조작을 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도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그는 "달러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 관세 부과로 더 높아지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강달러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기록하자 이 같은 환율 조작 의혹을 더 노골적으로 주장해왔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위안화가 올해 달러당 7.5위안 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예측할 순 없다"면서도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타깃으로 한 미 의회의 탄핵 조사, 홍콩 사태가 무역 전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봤다. 그는 "탄핵은 무역 전쟁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콩 사태도 대규모 폭력 사태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미 대선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 기조가 거세지면서 다자주의 국제무역 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성장과 번영은 결국 국제 질서에 달렸다"며 "이런 국제 질서가 영구적으로 훼손되면 성장은 더 둔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다자 간 국제무역 질서를 이끌던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이 약해진 것이 우려스럽다"며 "WTO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강대국들이 작은 나라들을 밀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제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WTO 상소기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상소위원 정원은 7명이지만 2017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상소위원 선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기가 남은 위원은 1명뿐이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의 리스크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또 다른 경제 위기 돌입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재 글로벌 경제의 많은 리스크가 높은 부채와 관련돼 있다"면서 미국의 정부부채, 중국의 기업부채 등을 주요 리스크로 언급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을 기준으로 한 글로벌 총 부채는 250조달러(약 29경6500조원)를 돌파했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세 배를 웃도는 규모다.
높은 수출의존도로 무역 전쟁의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 규모가 큰 서비스 부문을 더 개방해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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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달러 선임연구원은
- 미국 다트머스대 학사, 뉴욕대 경제학 박사
- 현 브루킹스연구소 존손턴중국센터 선임연구원
- 전 미국 재무부 중국 경제ㆍ금융 특사, 세계은행 중국ㆍ몽골 담당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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