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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인구프리즘] 취업천국 日 고용지옥 韓… 인구감소 같지만 결과 다른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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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995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작 … 2013년부터 청년취업 개선
韓 같은 추세라면 2035년 고용회복 … 변수는 경기회복, 호황기대 지속
日 통계방식 달라 단순비교 불가 … 내수중심이라 자동화 영향 덜받아
韓 고용=비용 시장원리적 철학건재 … 낙수→분수효과로 정책선회해야

[전영수의 인구프리즘] 취업천국 日 고용지옥 韓… 인구감소 같지만 결과 다른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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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취업천국인데 한국은 고용지옥이랍니다. 솔직히 부럽죠. 대부분 회사를 골라 간다면서요? 청년 수는 적고 일자리는 많다니 진귀할 뿐입니다. 한국도 저출산이 심하니 10~20년 후엔 청년 몸값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훗날 얘기지만요. 결국 인구가 줄면 고용은 좋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학생들과 일본의 청년고용을 논의하면 이런 평가ㆍ전망이 많다. 한일 간 외교갈등으로 일본취업을 공론화하긴 힘들어도 내심 원하는 경우도 적잖다. 일본발(發) 관련 뉴스를 보면 일할 사람이 없어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곳이 많고 일부는 신입사원에게 억대연봉까지 준다니 그럴 만도 하다. 좀 떨어졌지만, 유효구인배율(일자리/구직자) 1.57배에 실업률도 2.4%로 사실상의 완전고용에 가깝다(9월). 장기복합불황의 열도침몰론에 익숙한 한국으로선 낯선 부러움일 수밖에 없다. 토론은 확장된다. 저출산은 한국이 더 심하니 이대로면 적어진 청년의 일하는 몸값이 높아질 걸로 추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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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맞다. 노동공급이 감소해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노동시장이 공급자 우위환경으로 바뀔 수 있다. 실제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줄고(1995년) 18년 후인 2013년부터 청년취업이 개선됐다. 얼추 후속세대의 교육종료ㆍ사회진입기와 맞물린다. 관건은 성장 여부와 맞물린 고용수요로 아베 신조 정부의 경기부양책처럼 일정 효과를 발휘해 성장률이 개선되면 상황은 더 좋아진다. 참고로 한국은 2017년 생산가능인구가 하락했으니 일본경로(18년 후)를 반영하면 2035년부터 고용회복의 기계적인 시나리오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단 한국적 경기상황ㆍ노동수요 등은 감안하지 않은 가정이다.


어쨌든 기대는 유효하다. 경기부침이 관건이지만, 현재상황이 유지되면 이론적으로 '고용유지→청년감소→취업용이'는 가능해진다. 인구감소가 훗날 청년실업을 해소할 것이란 기대가 장밋빛 전망만은 아닌 것이다. 다만 현실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후속세대의 공급축소는 맞지만, 수요측면에서의 고용유지ㆍ확대카드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일본사례처럼 선행투자를 단행할 정도의 불확실성 해소와 호황기대의 지속 여부가 전제될 때 청년인구의 취업천국은 현실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청년인구가 희소자원으로 대접받자면 경기회복이 중대한 조절변수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고려지점이 있다. 한국청년의 일본선망이 표면ㆍ일방적이지 않냐는 차원이다. 일본청년의 취업상황도 생각보다 나쁠 수 있어서다. 길게는 '인구변화→성장지체'가 발현된 이상 어지간한 경기회복만으로 청년처지가 나아지기란 어렵다. 겉으로 좋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구조적인 장기ㆍ저성장 앞에서 단기변동만으로 취업문호를 넓힐 만큼 시장ㆍ기업대응이 단편적이지도 안이하지도 않다. 실패감수가 전제된 혁신도전의 기업가정신이 훼손되면서 안전지향성이 높아진 결과다. 탄력적인 고용조정을 감안하면 장기취업이 전제된 청년고용은 적잖이 부담스럽다.

취업천국을 뒷받침하는 통계내용이 맞는지도 검토대상이다. 이때 통계 이면에 있는 양국의 차별적인 변수점검이 중요하다. 수치만 비교하면 곤란하다. 당장 취업률이 의문스럽다. 일본의 제한적인 통계조사와 낮은 대학진학률 등 청년취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허상이 적잖다. 즉 통계산출식이 다르다. 일본은 취업빙하기(1997년)조차 90%대를 유지했기에 지금의 97~98%와 약간의 차이에 불과하다. 더욱이 대졸취업률은 취업이 잘되는 상위권 62개 대학의 4800명이 모수일 뿐이다(후생성ㆍ2017년). 유급신청자는 취업통계에서 빠지는 데다 비정규직이 포함되고, 대졸ㆍ고졸의 임금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어 50%대의 대학진학률답게 경쟁이 적다는 점도 감안하는 게 좋다.


통계와 현실의 갭은 현장불만에서도 확인된다. 고용회복이 숫자로는 좋은데 현실에선 체감되지 않아서다. 전폭ㆍ무차별적인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취업개선≠소득증가'의 딜레마가 끊임없이 지적된다. '경기부양→실적회복→임금증가→내수회복'의 낙수효과가 임금증가에서 멈춰진 결과다. 취업증대ㆍ고용회복이 예전처럼 장기ㆍ안정적인 정규직보다 단기ㆍ주변부의 저임금 취업확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기업ㆍ공기업 등 고용안정성이 높고 보수수준도 높은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경쟁격화의 과수요상태다. 결국 취업천국의 이면에는 심각한 구직난도 여전한 셈이다.


무엇보다 고용과 직결되는 내수의존성이 다르다. 일본은 확실한 내수국가다. 국내총생산(GDP)의 85%를 내수가 도맡는다. 내수회복이 최종적인 경기부양의 도달지란 점에서 해외수출이 경기상황을 결정짓는 한국과 구분된다. 일본처럼 내수의존도가 높으면 일자리 등 고용기회는 안정적으로 확대된다. 85%의 GDP를 열도 안에서 만들어내니 자동화ㆍ기계화로 인력절감적인 생산현장이 늘어나도 속도ㆍ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의료ㆍ간병을 필두로 '제조업→서비스업'의 방향전환이 활발하다는 점도 청년고용 등 꾸준한 고용확대로 연결된다. 고용창출력은 제조보다 서비스가 높다.


이 밖에도 일본만의 취업천국을 설명하는 차별요소는 많다. 이와 관련한 독특한 연구결과도 있다('인구감소가 한국 취업희망자들에게도 축복이 될까'ㆍ국민대일본학연구소). 일본특유의 일자리와 노동력의 관계성을 다뤘다. 일본에 일자리가 많은 이유를 다음처럼 요약했다. 뀬교통유도원 등 안전관리 인원필수(한국처럼 마네킹 손동작이 아닌 교차로마다 배치의무) 뀬공장제품과 숙련인력의 장인가치에 차별적 가격설정(기계화와 별도로 장인정신 가치인정) 뀬매뉴얼 고집과 멀티플레이어 부족으로 많은 직원배치 필요(책임범위에서만 일해 범위 밖 인원필요) 뀬능력보다 경험중시로 노련한 기존인력 최대고용(한국은 필요인력 최소화) 등이 일본적 특수성으로 설명된다.


종합하면 일본의 취업천국이 한국에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저출산 등 인구통계학적인 공급감소만 보면 청년몸값이 높아지겠으나, 경기회복ㆍ기업대응 등 수요측면도 결정적이다. 반대로 청년증발이 거세져도 일자리를 골라 가기보다 핍박적인 고용지옥으로 변질될 개연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종신고용이 잔존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고용=비용'의 시장원리적 철학이 여전히 건재해서다. 고용 없는 성장에선 청년이 희소해져도 몸값은 뛰기 어렵다. 적은 내수가 커질지도 물음표다. 결국 지켜볼 일이다. 당장은 고용공급과 직결된 '낙수효과→분수효과'로의 정책선회가 관건이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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