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p 차이 크다"…정부, 성장률 2.0% 사수작전
이·불용 최소화 위해 예산 많이 남긴 지자체에 불이익
KDI "경제성장률 수치보다 체감경기가 더 중요하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장세희 기자] 기획재정부 재정 라인은 올해 하반기 들어 재정집행 보고서 작성이 잦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매주 재정 집행 현황을 점검하면서 업데이트를 자주 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가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후 귀국하자마자 들여다본 첫 지표 역시 재정집행률이었다는 전언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2% 달성에 사활을 걸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 경제와 심리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장률 2%를 사수하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재정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ㆍ불용 최소화…"제2의 추경 효과"=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최근 들어 연이어 지방재정 집행을 독려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 7일 확장적 재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올해 재정집행률을 중앙재정은 97%, 지방재정은 90%, 지방교육재정은 91.5%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어 12일에는 당정청이 광역ㆍ기초단체장들을 불러 '민생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당정청 지방정부 합동회의'를 열고 '연내 지방재정 90% 집행'을 다시 한 번 독려했다. 정부는 이월ㆍ불용 예산 집행 실적을 집계해 예산을 많이 남긴 지방자치단체에는 불이익을, 집행 실적이 양호한 경우에는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년간의 평균을 보면 중앙정부는 약 420조원의 예산 중 16조4000억원, 지방재정은 약 310조원 중 45조원 수준의 이ㆍ불용 예산이 각각 발생했다"며 "이월과 불용을 최소화하면 제2, 제3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2%대 성장률에 집착하는 것은 1%대로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1.9와 2.0의 숫자 차이는 0.1에 불과하지만 경제활동 위축 정도에서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홈쇼핑 광고에서 3만9900원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4만원과는 100원 차이지만 지갑을 열게 하냐 아니냐의 차이라는 얘기다.
1%대 성장률은 1970년대 고도성장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1980년과 1998년에 각각 마이너스, 2009년에 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당시에는 석유 파동, IMF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같은 경제 충격이 있었다. 대외 충격이 큰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1%대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없다. 따라서 1%대의 성장률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불황'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이는 내년 이후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하면 국민은 불황이라는 점을 더욱 인식하게 될 것"이라면서 "내년 이후 우리 경제에도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0.1%p 차이지만 정치ㆍ경제적 파장 커= 특히 내년에는 총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경제성장률의 정치적 의미도 크다. 가뜩이나 소득 주도 성장,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문재인 정부 전반기 경제 정책 평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성장률이 2.0%를 밑돌 경우 야당은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파고들게 자명하다.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어 총선 판세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치ㆍ경제적 파장뿐 아니라 기재부 차원에서도 성장률 2%는 자존심 문제라는 견해가 나온다. 최고 엘리트 관료들이 모인 기재부가 올해 2% 달성에 실패한다면 경제 관료로서 체면을 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인 14일 홍 부총리의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경제 리더십'을 주문한 것도 경제 정책의 중심을 잡아달라는 당부라는 평가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0%를 달성하더라도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조 개혁 등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재정 효과로 올해 2% 성장률을 달성한다 해도 우리 경제에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일본 같은 장기 불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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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체감경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15일 안민정책포럼에 참석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3%에 대해 "기저효과가 크다"면서 "기업이 체감하는 것은 이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올해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성장률이 기술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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