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비주택의 덫, 주거 사다리 지원으로 예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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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는 하나 집이라 할 수 없는 곳이 있다. 여관ㆍ여인숙과 같은 숙박업소의 객실, 판잣집,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이 그러한 곳이다. 이러한 비주택은 대개 최소한의 기초생활설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열악하고 비좁은 주거 빈곤의 잠자리이다. 1인 가구의 증가, 청년 실업과 빈곤, 경제 파탄, 가정 해체, 노인 빈곤화 등 여러 복합적 이유로 이러한 곳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2005년 5만4000 가구에서 2018년 43만 가구로 늘었다.


국토교통부의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주택 10가구 중 7가구는 1인 가구이며 대부분 월세로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현 거처를 적절하지 않은 곳으로 여기지만 지금 형편으로 더 나은 여건을 기대하지 못해 체념하고 있다. 실제 주거 관련 정보 제공과 상담을 받은 가구 비율도 6.5%에 불과하다. 공공임대주택을 가장 필요로 하지만 보증금과 임차료 부담으로 입주를 꺼리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주택에서 비주택으로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시원 거주자 중 67%는 이전 거처도 고시원이었고, 65%는 앞으로도 고시원에 거주하겠다고 응답했다. 쪽방 거주자의 71.4%는 이전 거처도 쪽방이었다.

이러한 비주택 문제에 대해 정부는 2007년부터 '쪽방ㆍ비닐하우스 거주 가구 등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지원대책'을 시작으로 해 2011년에는 '비주택 거주 가구 주거지원 방안'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보증금이란 현실적 문턱을 넘지 못했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입주신청과 대상자 선정 등의 한계로 지원 실적은 미미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취약계층ㆍ고령자 주거지원 방안'에서는 그동안의 지원 체계를 '주거 사다리 지원 사업'으로 전면 개편해 상시 신청, 신속한 입주 지원, 보증금 부담 완화 등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노후 고시원 리모델링도 시범 추진하는 등 적극적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지난달에는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더욱 세밀한 주거 안전망을 갖추기 위해 지원 대상을 연 2000가구에서 4500가구로 늘렸고 2022년까지 총 1만3000가구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비주택 거주자의 이주 지원을 위해서는 목돈 없는 현실을 감안해 공공임대주택 무보증금 제도를 확대하고 '이주지원 119센터'를 새로 설치해 희망 주택 물색, 서류 절차 대행 등 입주와 관련한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밀착 지원한다. 입주 이후에도 지역사회에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건복지부, 자활복지개발원, 광역ㆍ지역 자활센터의 사례관리사가 협업해 교육, 돌봄, 자산 형성, 일자리 등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 수요 발굴과 밀착 지원이 필요한 곳은 전수 방문과 집중 상담도 진행한다. 화재 등에 취약한 노후 고시원의 리모델링은 2022년까지 5000실을 확보해 저소득 청년 등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비주택은 열악한 거주환경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가족이나 이웃의 인적지원 체계 속에 있지 못하는 취약한 가구가 많다는 점이다. 비주택의 개선은 거주자의 인권 차원뿐 아니라 주거권, 건강권, 성장권, 교육권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여기에 장기간 방치된 가구는 건강, 교육, 일자리, 사회 서비스 등의 접근 기회의 감소로 사회적 이동이 힘들어지며 이는 결국 사회 안정과 통합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 제도 개선과 수요 맞춤식 접근은 점차 고착화되는 '비주택의 덫'을 걷어내고 비주택의 사이클을 바꿀 수 있다. 그동안의 선자립 후주거지원에서 선주거지원 후자립으로의 정책 전환은 지붕만한 주거 안전망이 없다는 글로벌 차원의 '주거 우선(Housing First)' 원칙에도 부합한다. 비주택 문제가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이라는 점에서 그 해법도 협력적 주거복지 거버넌스로 접근해야 할 것이며 주거사다리 지원 사업은 이제 그러한 성공 모델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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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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