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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나무늘보, 죽어도 뛸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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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나무늘보로 소개된 '플래시'의 일처리는 아주 환상적이었습니다. 실제 나무늘보의 습성은 어떨까요? [사진=영화 '주토피아' 스크린샷]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나무늘보로 소개된 '플래시'의 일처리는 아주 환상적이었습니다. 실제 나무늘보의 습성은 어떨까요? [사진=영화 '주토피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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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나무늘보의 느린 행동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가 있습니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 등장하는 '플래시'는 이름과 달리 아주 느린 나무늘보입니다. 주인공 쥬디가 자동차번호판을 조회하러 차량관리국에 갔다가 느려도 너무 느린 플래시의 행동이 모든 관객을 웃게 만듭니다.


이 영화에서 느리다 못해 답답한 나무늘보의 행동은 실제와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나무늘보는 중남미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포유동물인데 하루종일 나무 위에서만 생활하고, 땅에는 일주일 한 번 정도 배설을 위해 내려온다고 합니다.

나무늘보가 나무에만 매달려 사는 이유는 퓨마나 재규어 등 천적들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서 입니다. 나무늘보는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아주 느리게 움직입니다. 이동 속도는 평소에 시속 0.16~0.48㎞, 포식자가 쫓아와 가장 빨리 도망치는 속도도 시속 1.6㎞에 불과합니다.


이 속도도 나무 위에서 움직이는 속도이고, 볼 일을 보러 지상에 내려왔을 때는 아예 땅바닥을 기어다녀 훨씬 더 느리게 움직인다고 합니다. 나무늘보가 이렇게 늦게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나무늘보의 조상인 고대 남아메리카에 살았고 '땅늘보'라고 알려진 '메가테리움'은 몸길이 최대 6m, 몸무게는 4톤 정도였습니다. 덩치에 비해 온순했고, 체중이 무거워 나무를 타지 못하고 앞발로 큰 나무를 짚고 일어서서 나뭇잎을 먹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거대한 덩치의 땅늘보는 재규어나 검치호랑이 등에 모두 잡아먹히거나 인간에게 사냥 당해 멸종하고, 지금은 천적을 피해 나무 위로 도망갈 수 있었던 작은 덩치의 나무늘보만 살아남은 것이지요. 천적을 피해 나무 높은 곳으로 올라가다 보니 먹을 것이 나뭇잎뿐 이었고, 나뭇잎은 영양소가 아주 부족하고 칼로리도 낮았습니다.


이 와중에 살아 남으려면 움직임을 줄여야 했습니다. 신체의 대사 속도가 아주 느려야 에너지 소모가 줄어 오래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기후도 나무늘보가 느려터지는데 한몫 거들었습니다. 무덥고 습한 남미의 열대우림에서는 근육과 심혈관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별도로 소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체온 조절이 가능한 포유류는 체온조절이 안되는 파충류 같은 변온동물(냉혈동물)보다 훨씬 추운 지방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대신 포유류 같은 정온동물(온혈동물)은 체온 유지를 위해서는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에 많이 먹어야 하지요.

나무늘보는 천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나무 위에서 살게 됐고, 부족한 영양소로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아주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나무늘보는 천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나무 위에서 살게 됐고, 부족한 영양소로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아주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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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는 아침에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햇빛을 쬐고, 햇빛이 뜨거우면 나무 그늘에 들어 갑니다. 포유류지만 체온조절 기능을 버린 대신 적게 먹고 느리게 움직이며 생존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해 진화한 것입니다. 진화는 좋은 쪽으로 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나무늘보의 경우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자연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무늘보는 느리지만 게으르지는 않습니다. 똑같이 남이 열대우림의 나무 위에서 사는 '고함원숭이'의 경우 하루 18시간을 자기도 하지만, 나무늘보는 고작 10시간 정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은 계속해서 움직인다고 합니다. 움직일 때는 360도 돌아가는 머리로 천적의 위협을 감시한다고 합니다.


포식자의 위협 때문에 수유시간도 짧습니다. 어미 나무늘보는 젖을 거의 저장하지 못하고 생산량도 적어 가끔 한 방울씩 나오는 정도라고 합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이 젖을 먹기 위해 새끼는 온종일 어미의 젖꼭지 근처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그 때를 놓치면 굶어야 하니까요.


나무늘보가 가장 위험할 때는 볼 일을 보러 나무에서 내려왔을 때입니다. 대부분의 희생은 이 때를 노린 천적들에 의해서라고 합니다. 생존을 위해 느리게 변한 몸 때문에 뛸 수도 없는 나무늘보. 먼 훗날에는 나무 위에서 변을 볼 수 있게끔 신체구조가 변하든지, 천적의 눈에 잘 띄지 않게 덩치가 더 작아지든지 어떤 방향으로든 진화하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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