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계 불신 자초한 정부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2013년 2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부정확한 경제 관련 통계를 시정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은 아르헨티나 정부에 '불신임(censure)' 조치를 결정했다. IMF가 회원국에 불신임 조치를 내린 것은 창설 이래 처음이었다. IMF가 이처럼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한 것은 그리스 사태의 교훈 때문이었다. 그리스는 2000년 유로존 가입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 발표했다. 그리스 정부는 뒤늦게 이를 시인했으나 신용 등급이 급락하며 유럽 전체를 경제위기에 빠뜨렸다.
국가 통계는 정책 수립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생명으로 한다. 통계 오류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 국가의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통계 기준을 변경하거나 개편한다면 신뢰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년 대비 약 87만명 증가한 반면 정규직은 35만명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무색게 하는 결과였다. 그러자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례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자청했다. 비정규직이 급증한 배경은 기준이 변경한 때문이라며 "올해 결과와 전년도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기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해명대로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87만명 중 최대 50만명을 빼더라도 37만명이 남아 비정규직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시계열 단절로 인해 이전 통계와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통계청장을 거들었다. 하지만 시계열 단절이란 모집단을 통으로 쓰지 못할 때 쓰는 단어이므로 이번 경우를 정확히 '단절'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가계동향조사 표본 개편, 산업활동동향 경기종합지수 개편 등 지속적 개편 작업이 이뤄지면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학계에서는 경제 회복을 위한 올바른 경기 진단을 위해서는 통계지표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방식과 같은 집계를 최소 약간의 기간에 보여줘야 장기적 분석이 가능하다"며 "시계열이 단절될 경우 추이 변화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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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인 성과에만 치중한 나머지 통계지표를 개편해 입맛에 맞는 통계만 내놓는다면 향후 잘못된 경기 진단으로 인한 경기 침체 장기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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