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호프만의 이야기'…'바이올린·검은 풍선' 등 활용한 무대 인상적
'1인 4역' 소프라노 파사로이우, 지난해 도이치오퍼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호평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허공에 매달려 구름처럼 떠있는 바이올린 스물두 개. 극 중 바이올린 제작자 '크레스펠'의 직업을 나타내기 위한 소품이다. 하지만 무대를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꾸며준다.


국립오페라단이 24~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호프만의 이야기' 무대는 아름답고 화려하다. 특히 3막에서 바이올린 스물두 개가 허공에 매달려 있는 장면은 거대한 설치미술을 마주한듯한 느낌을 준다. 2막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 연기자들이 몸에 검은 풍선을 매달아 허공에 띄우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검은 풍선은 여성 연기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허공에서 구름처럼 떠다닌다.

자크 오펜바흐(1819~1880)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 속을 오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뱅상 부사르 연출은 "호프만의 세계는 환상과 시의 세계다. 호프만은 자신이 겪었던 사랑 이야기를 시적으로 다듬어 들려준다. 무대는 그가 창작하고 들려주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무대를 통해 항상 모험적이면서 놀라운 무언가를 선사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AD
원본보기 아이콘

'호프만의 이야기'는 5막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인 1막과 에필로그인 5막은 호프만의 현실이다. 현실의 호프만은 오페라의 프리마돈나 스텔라와 헤어진 시인이다. 그는 술집에서 학생들이 연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자신의 과거 세 가지 연애 경험담을 들려준다. 세 개의 연애담은 2~4막의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펼쳐진다.

세 개의 연애담은 독일 후기 낭만주의 작가 E T A 호프만의 단편소설 '모래사나이' '고문관 크레스펠' '잃어버린 거울상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오펜바흐는 호프만의 이야기 세 개를 연애담 형식으로 엮어 오페라로 만든 뒤 작가의 이름으로 '호프만의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독일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성장한 오펜바흐는 오페레타로 유명하다. 오페레타는 '작은 오페라'라는 뜻으로 오페라보다 공연 시간이 짧고 경쾌하며 희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말년의 오펜바흐가 오페라에 도전했다가 유작으로 남은 작품이 '호프만의 이야기'다.오페레타에서 역량을 발휘한 오펜바흐의 강점이 드러나는 곳이 2~4막이다. 2막에 등장하는 호프만의 연인 '올림피아'는 미친 과학자 스팔란차니가 만든 기계인형이다. 호프만은 악마에게서 산 안경 때문에 올림피아와 사랑에 빠진다. 안경이 깨진 뒤에야 올림피아의 실체를 알게 된다. 다소 황당한 설정 속에서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낸다. 문학 작품을 근간으로 진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여느 오페라와는 다른 분위기다.


지난 22일 프레스콜에서 호프만과 스텔라를 연기한 테너 장 프라수아 보라스와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는 눈부신 기량으로 작품의 매력을 더했다.


특히 파사로이우는 1막과 5막에서 스텔라 역 뿐 아니라 2~4막에서 호프만의 과거 연애담 속 연인이던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까지 1인 4역을 소화한다. 3막의 연인 안토니아는 몸이 좋지 않아 노래를 부르면 안 되지만 노래를 부르다 목숨을 잃는 순수한 아가씨, 4막의 연인 줄리에타는 다이아몬드를 사랑하는 속물적인 여성이다.


부사르 연출은 "파사로이우는 콜로라투라, 리릭, 메조까지 소프라노의 거의 모든 영역을 소화할 수 있는 목소리의 소유자"라며 "그렇게 넓은 폭의 목소리를 지닌 여성 성악가는 많지 않다"고 추켜세웠다. 부사르 연출은 파사로이우가 소프라노 경력을 시작한 스물두 살 때부터 알았기 때문에 서로 원하는 것을 너무 잘 안다고 덧붙였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파사로이우는 최근 유럽의 주요 무대에서 주목받는 소프라노다. 그는 지난해 베를린 소재 오페라극장 도이치오퍼를 통해 '호프만의 이야기'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믿을 수 없다. 그는 오늘 밤의 스타"라고 호평했다. 프레스콜에서 파사로이우는 2막의 까다로운 아리아 '인형의 노래'를 부드럽고 힘있는 목소리로 매끄럽게 소화했다.


부사르 연출은 "안토니아와 줄리에타의 아리아도 매우 어려운 곡들이다. 파사로이우는 이번 공연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부사르 연출은 3막에서 중요 소재로 사용되는 바이올린에 대해 "안토니아의 아버지 크레스페가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이다. 말리기 위해 걸어둔 것이다. 안토니아의 집에서 음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그것을 물리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바이올린은 아래 위로 움직이며 오페라의 분위기를 바꾸는 기능도 한다. "이 환상적인 이야기에서 바이올린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영혼을 갖고 있다. 안토니아와 바이올린은 동일화 되며 안토니아가 영혼을 가지고 노래할 수 있기에 바이올린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AD

부사르 연출은 2막의 검은 풍선에 대해서는 기계인형들이 달고 있는 안테나라고 설명했다. "검은 풍선을 달고 있는 아홉 명의 아가씨는 스팔란차니가 완벽한 여자 기계인형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던 시제품들로 올림피아의 언니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