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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재건축도 '산넘어 산'…높아진 안전진단 3단계 문턱(종합)

최종수정 2019.10.16 10:50 기사입력 2019.10.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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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부문 20%→50% 상향
예비안전진단, 정밀안전진단, 공공기관 적정성 심사 3단계 장벽 높아져
구로구 동부그린, 정밀진단 'D' 받았으나 적정성 심사서 'C'…재건축 고배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 제동…"중장기 공급 차질 등 우려"

13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재건축을 위한 철거 공사가 한창이다. /문호남 기자 munonam@

13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재건축을 위한 철거 공사가 한창이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 막바지에 접어든 단지들의 사업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들도 '산넘어 산'을 경험하고 있다. 원인은 지난해 3월부터 문턱이 높아진 재건축 안전진단이다.


안전진단은 단지의 구조적 안전성과 노후도, 주거환경 등을 살펴 재건축이 필요한 지를 따져보는 재건축 초기단계 절차다. 구체적으론 자치구의 예비안전진단(현장조사), 민간업체 용역을 통해 진행하는 정밀안전진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 시 거쳐야하는 공공기관 적정성 심사 등이다. 이를 통과해야 정비계획 수립 등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크게 높였다. 40%였던 '주거환경' 비중은 15%로 줄였다. 업계에선 이를 재건축 규제라고 봤다. 구조안전성 비중이 커지면서 사실상 붕괴 우려 등으로 구조적 결함이 상당한 경우에만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30년 기준'을 충족한 단지들이 안전진단을 통과한 데는 수도·전기 등 설비가 노후하다는 점, 층간소음·주차난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는데 이에 대한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15일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에 제동이 걸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역시 구조안전성 부문에서 벽을 넘지 못했다. 주거환경 D등급,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D등급, 비용분석 E등급에도 불구하고 구조안전성에서 B등급을 받아 종합 60.24점으로 C등급이 된 것이다. 재건축이 가능한 D(조건부 재건축)·E(재건축)등급을 받으려면 55점 이하가 나와야 한다. 55점을 초과해 A·B·C 등급(유지보수)을 받으면 재건축을 진행하지 못한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1988년 지어져 지난해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을 충족했다. 총 122개동 5540가구 규모로 서울 재건축 시장의 '잠룡'으로 불린다. 그만큼 업계 관심도 컸다. 시장에서는 이번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서울 초기 재건축 단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6·9·13단지 등이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 상태다.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역시 지난 7월 정밀안전진단 연구용역을 발주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부문별 결과를 봤을 때 기존 안전진단 기준에 따랐다면 D등급을 받았을 것"이라며 "구조안전성 비중이 50%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현재 안전진단을 준비 중인 다른 단지들 역시 통과가 쉽지 않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준 강화' 벽을 넘어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을 받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D등급을 판정 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심사를 한 번 더 거쳐야 재건축 가능 여부가 최종적으로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지난해 3월 강화된 기준 중 하나다. 역시나 문턱이 높다.


지난해 3월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이후 서울에서 정밀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곳은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와 구로구 동부그린아파트 등 2곳이다. 그러나 '최종 통과'가 된 곳은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 1곳 뿐이다. 구로구 동부그린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후 건설기술연구원을 통해 진행한 적정성 검사에서 지난 달 C등급 판정을 받아 재건축 고배를 마셨다. 이 단지는 민간업체의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 51.67점을 받았으나 건설기술연구원이 진행한 적정성 검사에선 62점을 넘었다. 역시 구조안전성에서 제동이 걸렸다. 구로구 관계자는 "기울기, 침하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결과치가 달라 (정밀안전진단 대비) 점수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정밀안전진단 전 단계인 자치구 예비안전진단도 같은 이유에서 통과가 힘들어졌다. 최근 강북 재건축 '대어'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 역시 예비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각 단계별로 통과 문턱이 높아지면서 정비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비사업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의 경우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값 문제 해결을 위해선 수요를 받쳐주는 원활한 공급이 동반돼야 한다"며 "재건축 등 정비사업 진행이 더뎌지면 서울 등의 중장기적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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