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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에 모인 '69세, 서글픈 이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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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노인없는 노인의 날'…일자리 찾기 '하늘의 별따기'
정부일자리 월 30~60만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
경비·공장 생산직 몰려
40~50대와 경쟁 한숨만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모여있는 노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이정윤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모여있는 노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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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영우(69)씨는 오늘도 한 시간 남짓 국철을 타고 종로3가역에서 내려 탑골공원으로 향했다.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김씨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출근하다시피 이곳을 찾는다. 그에게 특별한 일은 일자리를 구해 '진짜' 출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여간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45년 넘게 공사 현장에서 페인트공으로 살아왔지만 올해 그가 돈벌이에 나선 날은 40일 정도다. 최근 6개월 넘게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고 있지만 연락 온 곳은 없다. 내일(10월2일)이 '노인의 날'이지만 이를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 뿐더러 당사자들도 잘 모른다.


지난달 30일 만난 김씨는 이날도 3시간이 넘게 탑골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공사 현장이 익숙한 그는 대화 상대조차 없는 원룸이 답답해 무작정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300만원 가량 남은 통장 잔고에 걱정이 앞선다. 가족에게 손을 내밀 수도 없다. 아내와는 15년 전 갈라섰고 하나 있는 아들은 도움을 줄만한 형편이 못된다.

그는 "40~50대와 경쟁해 직장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며 "굶어 죽으란 법은 없겠지만 벌어놓은 돈을 다 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헌옷이나 싸구려 시계를 파는 길거리 노점이라도 하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9 고령자 통계'를 보면 만 55~79세 고령자 중 장래에 일자리를 원하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0.8%포인트 증가한 64.9%를 기록했다. 근로를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을 하기 위해서가 60.2%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이 그 뒤를 이었다. 일자리 선택 기준은 ▲일의 양과 시간대(28.4%) ▲임금수준(23.8%) ▲계속근로 가능성(16.6%) 순으로 나타났다.


고령 인구 일자리 수요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노인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로는 생활비 충당이 어렵다고 말한다. 정부는 올해 61만개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5분의 4는 초등학교 등ㆍ하굣길 안전 지도와 쓰레기 줍기 같은 아르바이트 형태다. 월 30시간 일하고 30만원 가량을 받는다. 지역아동센터, 장애인시설 등에서 보조업무를 하는 공익형 일자리도 있지만 한달에 60시간 근무를 하고 받는 돈은 6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2조9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내년까지 노인 일자리를 74만개로 늘린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지만 임금 수준은 제자리 걸음이다.


노인들은 아파트 경비나 공장 생산직 같은 민간 부분의 일자리를 원한다. 정부가 제공 일자리보다는 경쟁률이 높고 몸은 고되지만 보수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초등학교에서 등ㆍ하굣길 안전지도를 하다는 김충재(75ㆍ가명)씨는 "아내와 함께 이 일을 해서 한달에 54만원을 받는다"며 "굵어죽지 않고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보다는 민간부문이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노인들이 원하는 임금수준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민간 기업이 나서야 한다"며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이 노인 일자리 창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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