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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나와 나의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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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인민은 신앙이 있고, 민족은 희망이 있으며, 국가는 역량이 있다(人民有信仰 民族有希望 國家有力量)'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23일부터 베이징전람관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역정 빛나는 성취' 전시회 끄트머리에 걸린 문구다. 1949년 10월1일 톈안먼 광장에서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공식 선언한 영상을 방영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전시회를 연도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신중국 70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다만 잘못과 시대적 반성을 쏙 빼고 70년의 성과만 부각시킨 내용들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4일 내부 회의에서 "애국주의는 중화민족 정신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 처럼 전시회장 곳곳에서는 인민들의 단결과 나라를 위한 희생, 중국 최고 지도부의 훌륭한 정책 방향과 지휘 아래 지금의 강국 중국이 탄생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전시회 끄트머리에 나오는 '인민은 신앙이 있고, 민족은 희망이 있으며, 국가는 역량이 있다' 문구는 이미 70년의 성과보기로 격양된 중국인들에게 다시한번 애국심을 강조시키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오성홍기를 흔들며 전시회장 밖으로 나오는 관람객들의 표정에는 '중국이 최고'라는 자긍심이 잔뜩 베어있는듯 했다.


건국 70주년 기념일과 7일간의 국경절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두고 지난달 30일 중국 전역 극장가에서는 '나와 나의 조국'(我和我的祖國) '중국 파일럿'(中國機長) '등반가'(攀登者) 등 애국주의 고취 영화 세 편이 동시에 개봉했다. 특히 대표적인 건국 70주년 기념영화로 불리는 '나와 나의 조국'은 개봉 첫날 대부분의 극장에서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7명의 감독이 신중국 건국(1949년10월1일), 첫 원자폭탄 실험 성공(1964년 10월16일), 여자배구 올림픽 우승(1984년8월8일), 홍콩 반환(1997년 7월1일), 베이징 올림픽(2008년 8월8일), 유인우주선 선저우 11호 탑승 우주인 귀환(2016년 11월18일), 전승절 기념 열병식(2015년 9월3일)등 중국 역사에 중대한 7가지 순간을 스토리한 이 영화의 핵심 역시 중국의 70년 성과 보여주기와 그 과정에서 빛난 중국인들의 애국심, 노력, 협력, 희생, 단결 등이다.

7가지 역사적 순간들 속에 쓰촨 대지진, 농촌 빈곤, 스포츠 열기 같은 시대적 분위기가 다양하게 녹아 있으며 국가의 부름에 충성하고 사명을 다하는게 인민의 의무고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을 위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7가지 스토리에는 하나같이 오성홍기가 등장한다. 국기게양은 매우 신성하고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중요 의식으로 표현된다. 중국에 대한 애국심을 표현하는 주최는 어린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가 포함돼 있고 중국 본토인 뿐 아니라 홍콩인들마저 중국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것으로 포장돼 있다.


중국 정부가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이하며 인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홍보전까지 동원해가며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려는 노력은 어쩌면 현재 중국 최고 지도부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과도 맞닿아있다.


모두가 힘을 합쳐 분투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외침으로도 들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이 여기에 고무돼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다소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분위기 조성으로 보여질 수 있어도 중국인들은 국기게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메시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가에 대한 사랑과 70년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 '나와 나의 조국'이 주는 메시지처럼 지금 이순간 만큼은 '중국'이라는 이름 아래 중국인들이 단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표현과 사상이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단결보다 갈등과 충돌에 더 익숙해져 간다는게 새삼 안타깝게 느껴진다. 획일적인 명령과 충성 보다는 다양한 시각의 비판과 충돌 속에 더 나은 대안이 나오겠지만 세대와 이념 등으로 곳곳에서 갈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은 발전을 위한 건전한 상호비판과는 멀어 보인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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