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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중국, 인내심의 한계 드러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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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홍콩 시민 170만명이 참여한 어제 시위가 '화이비(和理非ㆍ평화, 이성, 비폭력) 집회'로 마무리된 데 대해 홍콩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세계인의 이목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 사태로 집중되는 것은 중국 현대사의 엄청난 비극이었던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무력개입 가능성이 불거져 나온 가운데 15일 홍콩과 이웃한 중국 광둥성 선전의 스타디움에서는 수천명 규모의 중국 무장경찰 병력이 퍼레이드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에 집결한 무장경찰은 이름이 경찰이지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휘하 중국인민해방군의 병종 가운데 하나다. 다른 나라의 경찰 조직과 달리 유사시 군사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경우 인민해방군 본대가 아니라 이들이 대만 점령의 선봉으로 나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이 대만의 독립선언을 '자국 내 불법 무장세력의 반란'으로 간주해 경찰력을 투입함으로써 법적으로 외부의 개입부터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위중한 상황에서 홍콩의 시위대가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지난달 1일 시위대가 최고 입법 기관인 입법회를 점거했을 때 영국 식민지 시기의 홍콩 깃발이 의사당에 걸렸다. 일부 시위대는 미국의 성조기를 들고 나왔다. 지난 16일 집회에서 한 홍콩 시민은 "미군이 온다면 길을 안내할 것"이라고 쓰인 팻말까지 들고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989년 톈안먼 사건 당시 광장에 자본주의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등장하자 중국 지도부가 시위대를 반당ㆍ반혁명 분자들로 몰아세워 시위는 결국 유혈사태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 이념 논쟁으로 뜨거웠던 남한의 진보진영은 이를 두고 '사회주의와 인민에 대한 배신', '파시스트적 해결책'이라고 비난하는 쪽과 중국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유혈진압이 불가피했다는 쪽으로 양분됐을 정도로 톈안먼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중국 지도부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사회주의 발전에 매진하는 당의 지배적 통치를 위협하는 정치적 반대는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1989년의 비극이 홍콩에서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영국 식민지 시기 홍콩인들의 정치적 권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참정권은 일부 자본가에게만 주어졌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홍콩에서 결사나 집회의 자유 역시 제한돼 있었다.


홍콩의 이런 굴욕적인 역사에도 일부 집회 참가자가 미국ㆍ영국 국기를 흔들고 홍콩ㆍ미국ㆍ영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사태는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국제정치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가 13일 지적했듯 "영국 제국이 뿌린 혼돈"인데 지역민들이 대가를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선 안 된다.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에 따라 2047년까지 홍콩의 자유ㆍ법치ㆍ경제 제도를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과거 중국 지도부의 약속이다.


중국이 외세 개입 차단 운운하며 '중국의 홍콩'에서 무력진압에 나선다면 인민해방군은 자국민에게 다시 총구를 겨누는 것과 다름없다.


오는 22일 열리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예상과 달리 유화정책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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