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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핫플 보고서]"뜨고, 진다"…젠트리피케이션과 그 후

최종수정 2019.07.26 11:20 기사입력 2019.07.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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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핫플 보고서]"뜨고, 진다"…젠트리피케이션과 그 후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핫플레이스(Hot placeㆍ인기상권, 핫플)'는 변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뜨는 곳'이 열기를 더해갈 수록 또 다른 곳은 빠르게 식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핫플레이스가 뜨고 지는 문제에 그림자처럼 함께 붙어있다. 1964년 영국에서 처음 사용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용어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2000년대부터다. 지주ㆍ신사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 의해 밀려난 하층민에 관한 얘기로 출발했으나 핫플레이스에 따라오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에 의한 상권 내몰림에 초점을 맞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극단적인 경우 임대료 갈등으로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두른 '서촌 궁중족발 사태'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꼭 이같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돈 버는 문제, 먹고 사는 문제 등과 얽힌 첨예한 이슈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갑'과 '을'이 따로 없는 문제로 귀결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촉발한 상권 쇠퇴는 결국 건물주와 세입자가 '모두 잃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미 2000년대부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겪은 '한 때 핫플레이스'의 곳곳에 어지럽게 나붙은 '임대' 전단이 이를 증명한다.


◆경고음 울리는 대학가= 최근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의외로 '대학가'다. 국토연구원이 이달 초 발간한 '어느 동네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마포ㆍ광진ㆍ도봉구다. 언뜻 핫플레이스와 거리가 멀어 보이나 역설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서울 곳곳에 이미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젠트리피케이션 단계를 초기ㆍ주의ㆍ경계ㆍ위험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마포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계ㆍ위험 단계가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광진ㆍ도봉구는 2015~2016년 오르다가 2017년 주춤했던 경계ㆍ위험단계가 지난해 급격하게 높아졌다. 특히 마포구 홍익대와 광진구 건국대, 성동구 한양대 등 인근에서 경계ㆍ위험단계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이진희 책임연구원은 "상권 침체 등으로 이미 일부 핫플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잦아들고 있지만 기존 임대료가 저렴했던 대학가는 이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 핫플 보고서]"뜨고, 진다"…젠트리피케이션과 그 후

지난 22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수년 전부터 불거졌던 이곳엔 '점포정리' '임대' 등을 내건 점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진=이춘희 기자 spring@


◆상권 쇠퇴하면 '공멸'= 핫플은 '면적(공간)'에서 '선(길)', '점(스폿)'으로 진화하고 있다. 핫플레이스의 가변성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선'의 범주에 드는 대표적인 곳, 경리단길과 같이 애초에 주요 상권 형성의 전제 조건인 접근성이 담보되지 않은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태원의 중대형 매장 공실률은 26.5%로 전분기 24.3% 대비 늘었다. 서울 전체(7.4%)의 3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중대형 매장 임대료는 2015년 1분기 3.3㎡당 4만5300원에서 2019년 1분기 4만9800원으로 10% 가량 올랐으나 2분기엔 4만9700원으로 오히려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상권 자체의 쇠퇴기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한 번 침체된 상권은 다시 살리기 어렵다. 종로구 삼청동의 경우 상가 임대료가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내려간 곳도 있다. 삼청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삼청동 상권 재활성화에 대해 "진짜 특색을 갖춘 가게들이 와서 활력을 다시 불어넣고 사람들이 되찾아 오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핫플이 뜨고 지는 주기는 SNS를 타고 더욱 빨라지고 있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네와 음식을 찍어서 업로드하고 나면 다시 찾을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SNS 유저는 또 다른 '힙한 곳'을 찾아 움직인다. 그래서일까.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생활밀접업종(외식ㆍ소매ㆍ서비스)의 3년 생존율은 48.4%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핫플로 부각됐던 곳이 빠르게 사그라지고 해당 상권이 쇠퇴기를 맞게 되면 결국 결과는 공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 주요 지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상권 변화가 빠른 편"이라며 "상권 변화, 뜨고 지는 문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전제 하에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그 속도가 빨라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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