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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G2의 플랫폼 전쟁과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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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5월15일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정보 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후 미 상무부가 5G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보안상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발표하면서 미ㆍ중 간 통상 분쟁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 IT기업들을 겨냥한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따라 세계 경제 및 ICT의 1, 2위를 다투는 양국 간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냉전(technology cold war)이 시작되고 있다.


이 냉전은 기본적으로 5G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ㆍ중 간의 분쟁이다. 5G 기술은 기존 통신 기술의 발전과 비교할 때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을 실현하는 혁신적인 기술임에도 5G 기술의 절대강자는 세계 최다 5G 표준특허를 보유한 화웨이이다. 미국은 5G 기술을 중국 기업이 장악하게 되면 첨단 산업뿐만 아니라 안보 역량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면 미ㆍ중 간 기술 전쟁은 5G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크게 보면 미국이나 중국의 ICT기업들(FAANG: 페이스북ㆍ아마존ㆍ애플ㆍ넷플릭스ㆍ구글 vs BAT: 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핀테크(금융+기술), 미디어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바이두는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중국어권 최대의 검색 엔진이고 알리바바는 아마존을 넘어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됐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회사이자 세계 1위 온라인 게임사다.


중국 정부는 구글 차단 등 자국 내에서 외국 기업들의 진출을 저지하는 한편 중국 기업들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지원하는 산업 정책을 펴고 있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정책은 더욱 강화됐다. 중국은 이미 선진국의 우위가 뚜렷한 기존 산업이 아닌 첨단 IT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자국의 플랫폼기업들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규제 등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이들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플랫폼산업뿐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산업에서 중국의 위협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라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플랫폼 대표 선수 후보로 네이버, 카카오 등이 있다. 회사 설립 20년을 맞이한 네이버는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 71.5%로 전 세계 검색시장을 장악한 구글에 맞서 굳건히 시장을 지키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시장의 95%를 차지하는데 간편결제, 은행을 넘어 블록체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이나 중국처럼 플랫폼 대표 선수를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 특별한 지원이 아니다.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혹시 오프라인 시대에 유용한 규제를 여전히 이들 기업에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의 행정조사가 유럽에서의 구글 등에 대한 보호주의적 규제 논의를 과도하게 수용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2006년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회사에서 일어난 리니지 게임 명의 도용 사건 관련 대책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보통신부를 방문한 동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창립 후 처음으로 정보통신부를 방문한다고 했다. 정부는 초고속 네트워크를 구축했을 뿐, 성공한 플랫폼기업은 사실 정부의 지원 없이 성장한 것이다. 이제 법적, 사회적 책임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 외에는 간섭을 할 것이 아니라 국내 플랫폼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개인정보, 원격의료, 자율주행, 모빌리티 활용을 저해하는 규제의 혁신이다. 보호하고 싶어도 보호할 선수가 없는 유럽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법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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