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열심히 하지말고 현명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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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만원에서 206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은 206만원이었다. 반면 2017년 1분기에는 198만원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 소득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그중 이전소득은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니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한 소득 주도 성장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잘못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여기에 왜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불필요한 논쟁을 유발하는가? 이것은 차라리 소득 격차 완화 정책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맞다. 정부가 빈부 격차 완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려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현명하지 못하다.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던 6월 초. 여당의 한 의원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기존의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소득 불균형 해소가 목적이고, 금융자산을 5억~10억원 보유한 사람들을 '대'자산가라고 하면서. 오해하지 말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법안은 10년 이상 열심히 일한 뒤 노후 준비를 위해 재산을 모으려는 중산층에겐 치명적이다. 낮은 은행 금리를 피해 4%의 배당을 주는 주식에 2억5000만원만 투자해도 금융소득은 1000만원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횡보를 거듭하는 국내 주식시장을 이탈하려는 개미들의 원성만 높아간다. 30~40대의 의견을 들어봤는가? '어떻게 재산을 모으라고? 역시 부동산을 해야 하는가.' 사회적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이 부동산이라면 그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돈을 국내 주식으로 유도해야 하지 않는가? 국내 기업의 배당을 더 높이고, 주식 장기 보유자에게는 오히려 세제 혜택이라도 줘야 마땅하다. 소득 불균형 해소를 위해 열심히 하려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현명하지 못하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회사의 대주주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할까? 2020년 12월 기준 3억원만 있으면 된다. 대주주 주식 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그렇게 바뀐다. 오해하지 말자. 장기적으로 주식거래세는 없애고 주식 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옳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2019년 현재 서울 아파트 79.2㎡(24평)의 평균 분양가는 6억원을 넘는다. 그러니 어떻게 3억원 혹은 5억원이 '대'주주와 '대'자산가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지금 국내의 개미들은 한국 주식에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 2개월간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사고판 금액이 5조1600억원에 달한다. 도대체 국내 증권시장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떻게 되든 세금만 더 거둬들이면 되는가? 대주주의 양도차익을 거두려 애쓰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현명하지 못하다.


복지를 늘리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그런 목적이라면 차라리 '증세(增稅)'를 공론화하라! 여기저기서 '한계적으로' 세금을 올리는 것은 중산층을 축소시키는 꼼수에 가깝다. 그런 꼼수는 오히려 그 정책을 통해 이루려는'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어렵게 한다. 한계적인 증세를 시도하는 정권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미워서라도 표를 안 준다는 이야기다.

가는 길이 옳으니 나를 따르라! 저 목표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니 흔들리지 말아라! 제발 착각하지 말자. 그 방법과 과정이 현명하지 못하면 저 길과 저 목표는 오히려 달성하기 어렵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제발 현명하게 했으면 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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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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