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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야당은 진짜 조국 수석의 경질을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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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야당과 그에 맞서는 청와대의 대응을 보면서 청와대가 야당의 기만 전술에 말려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야당으로서는 장관 후보자 7명 중 2명이 낙마했으니 인사 검증을 책임진 민정수석이 경질될 사유가 있다고 주장할 만 하다. 하지만 진짜 조 수석이 물러나기를 바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참모들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 체제가 오래 가기를 내심 바랐던 것처럼 야당은 조 수석이 오래 오래 자리를 지키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당 입장에서는 조 수석 경질 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가 그가 그 자리에 앉아서 지금처럼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부족한 후보자가 청와대의 허술한 검증을 통과해 인사 청문회장에 들어서는 상황이 반복되는 게 야당에는 더 득이 된다. 부적격 후보자와 인사 검증을 제대로 못 한 조 수석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꽃놀이패라고 할 수 있다.

축구 시합에서 상대팀에 ‘구멍’이 있다면 그 선수가 90분 내내 교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 같은 외모에 관중들은 환호하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짓겠지만, 공을 잡을 때 마다 패스 미스를 연발한다면 계속 뛸수록 같은 팀에는 독이 되고 상대 팀에는 득이 될 것이다.


조 수석을 패스 미스를 연발하는 선수에 비유한 건 비단 부실한 인사검증 때문만이 아니다. ‘구국의 강철대오’ 같던 현 정부 청와대에 내부 균열이 생긴 것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이 각종 의혹을 폭로하면서다. 그 전에도 갈등이 없지 않았겠지만 밖으로 새 나오지는 않았다. 민정수석실 소속 직원들의 평일 골프로 불거진 사달이 현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검찰의 칼날이 조현옥 인사수석의 턱 밑까지 겨누고 있다. 기본적으로 평일 대낮에 골프를 친 직원들이 잘못했지만 그것을 막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조직 관리 실패다. 민정수석실 근무 경험이 있는 검찰 관계자는 “직속상관인 비서관이나 수석이 얼마나 만만했으면 평일에 골프 칠 생각을 했겠느냐”고 했다.


야당이 패스 미스를 연발하는 조 수석 경질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건 그렇게 할수록 문 대통령이 계속 안고 갈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패한 직후와 야당 대표 시절 정치적 위기에 처했을 때 조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문 대통령의 선한 성정으로 봤을 때 조 수석을 교체하더라도 최대한 모양새를 갖출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하는 바다. 경질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조 수석을 내보내면 책임을 인정하는 것 밖에 안 된다는 점을 야당이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의 헛발질 덕분에 넉넉히 앞서가던 경기는 이제 접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패스 미스를 연발하는 선수를 계속 기용하는 게 누구한테 유리한 지 따져봐야 될 시점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전반전도 끝나지 않았다./정치부 차장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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