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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자전거 전용차로' 1년…정차 택시, 상하차 트럭에 밀린 자출족 안전

최종수정 2019.04.08 15:15 기사입력 2019.04.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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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8일 개통 종로 자전거 전용차로
실제 출근길 경험해보니, 광화문-동대문 구간 18분만에 통과
종로 일대 출근길 1시간 이용객 8명뿐
전문가 "자전거 전용 차로 규정 지키려는 운전자 인식개선도 필요"

8일 오전 종로3가 탑골공원 맞은편 자전거 전용 차로에 택시 두 대가 연이어 불법주정차해 있다. 자전거 이용자가 자전거 도로에 정차된 차를 피해 인도나 일반 차로를 이용하게 되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8일 오전 종로3가 탑골공원 맞은편 자전거 전용 차로에 택시 두 대가 연이어 불법주정차해 있다. 자전거 이용자가 자전거 도로에 정차된 차를 피해 인도나 일반 차로를 이용하게 되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아직은 찬 기운 감도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보행 친화적 자전거 도시'를 목표로 서울시가 지난해 4월8일 광화문부터 종로6가까지 2.6㎞구간에 '자전거 전용 차로'를 개통한 지 1년이 되는 이날, 광화문부터 동대문까지의 '자전거 출근(자출)'은 여전히 녹록치 않았다.


이날 오전7시30분 광화문역 5번 출구 주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거치대에서 자전거 한 대를 빌렸다. 일일권 1시간 이용료는 1000원. 시간을 초과할 때는 추가 5분마다 200원의 추가요금이 과금됐다.


이른 아침, 교통량은 많지 않았지만 '자출족'의 출근은 위험했다. 교차로를 제외하면 일반 차로와 자전거 전용 차로 사이에 분리대가 없는 구간이 대부분이었다. 대형 버스와 택시가 불쑥 끼어들 땐 위험천만한 순간도 연출됐다. 정차된 차들로 인해 꾸준히 속도를 내기 힘들었다.


종로3가에 이르자 탑골공원 맞은편 횡단보도 주변에 택시 두 대가 연이어 정차해 있었다. 이 일대는 직장인, 학생들이 몰리는 곳으로 택시 이용이 잦은 곳이다. 두 대의 택시는 하차를 위해서 대기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피해 인도로 이 구간을 통과했다. 보행자들과 뒤섞였다. 자전거 이용자가 자전거 도로에 정차된 차를 피해 인도나 일반 차로를 이용하게 되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따릉이를 이용해 종종 퇴근을 한다는 직장인 김수혁(35)씨는 "생계가 걸린 분들도 있겠지만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도 배려해 줬으면 한다"며 "자전거 길을 막게되면 다른 보행자나 운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장시장과 동대문 시장 인근에서는 상·하차를 위해 정차 중인 트럭이 자전거 도로를 차지했다. 이 구간은 차와 자전거가 함께 이용하되, 자동차가 자전거에 양보해야 하는 '자전거 우선차로' 구간이다. 자전거만 운행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차로'와 구분된다. 주변 시장의 물류 상·하차 편의를 위해 조정한 것이지만 자전거 도로라는 이름이 흐릿해지는 구간이 됐다. 빈 술병을 담은 박스들이 도로 위에 쌓여 있기도 했다. 불가피하게 인도를 이용했고 보행자, 오토바이, 자전거가 뒤섞였다. 자전거 이용자가 부주의할 경우 충돌이 우려됐다.

광장시장 인근 자전거 우선 차로에 정차된 물류 상하차 트럭(왼쪽)과 자전거 차로에 맥주와 음료 박스가 쌓여 있는 모습(오른쪽).

광장시장 인근 자전거 우선 차로에 정차된 물류 상하차 트럭(왼쪽)과 자전거 차로에 맥주와 음료 박스가 쌓여 있는 모습(오른쪽).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출근길 자전거 이용자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이날 오전7시48분께 자전거 전용 차로가 끝나는 동대문 인근에 도착했다. 2.6㎞구간을 통과하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었지만 출근길 다른 자전거 이용자들은 손에 꼽았다. 종로 자전거 전용 차로 일대를 취재한 1시간 동안 지나치거나 마주친 자전거 이용자는 8명에 불과했다. '보행 친화적 자전거 도시'를 위해 버스 중앙 차로를 만드는 등 서울시가 공을 들인데 비해선 극히 적은 이용자 숫자였다. 미세먼지 탓도 있지만 안전 문제가 여전히 자전거 이용을 꺼리게 되는 이유였다. 광장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정규(47)씨는 "식자재 상하차를 위해 아침마다 광장시장 앞을 보지만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전거 전용차로'를 침범하거나 정차하는 등 위반 차량을 지난해 7월부터 단속하고 있다. 자전거 순찰대 직원 2명과 CCTV(폐쇄회로화면) 6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위반 차량을 모두 단속하기는 어렵다. 종로 자전거 전용차로 개통 1년을 넘은 올해 상반기 이용자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사항 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박지미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주무관은 "오는 6월까지 자전거 통행량을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용자 실태조사를 실시해 개선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자전거 전용 도로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진형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자전거 전용차로에 놓인 불법 주정차량이야말로 자전거 이용을 막는 악순환의 원인"이라며 "(자전거 이용자들이)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전거 이용을 꺼릴 수밖에 없게 되고, 자전거 전용차로의 통행량은 감소한다. 운전자들이 자전거 전용 차로 운행 규정을 정확히 지켜야할 이유"라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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