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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CPTPP 가입, 靜中動(정중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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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 구름이 가득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안갯속에 갇힌 형국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다. 그러니 움직임도 자연히 위축된다. '주역'의 '수산건(水山蹇)'을 두고 하는 말인데,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검토하는 우리의 처지를 정말 잘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이 CPTPP 신규 가입을 요청하면 이를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일본은 산케이신문을 통해 한국에 대한 반감을 이렇게 드러내고 있다. 지금도 국제 무역 환경은 충분히 어지러운데, 일본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 미ㆍ중 무역 분쟁은 아직도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관련해 EU와 영국은 앞날을 점치기 어려운데, 중심을 잡아야 할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접지 않았던가. 그래서 CPTPP를 통해서나마 새로운 무역 질서의 가능성을 보는데 일본의 몽니(?)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다.

좋다. 한번 따져보자. 만약 한국이 CPTPP 가입을 신청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입에는 회원국 전체의 찬성이 필요하니 일본이 거부하면 이론적으로 한국은 CPTPP에 가입할 수 없다. 현실은 어떨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시절 일본과 미국이 한국의 TPP 가입을 원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1조달러가 넘는 한국의 무역 규모를 볼 때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한국의 가입을 내심 원하고 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미국이 빠진 뒤의 어쩔 수 없는 공백을 한국은 일정 부분 메꿀 수 있다. 지금 가입 의사를 밝힌 태국, 인도네시아에 최소한 버금가는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 가입을 신청하면 그대로 통과될까? 지금이라면 알 수 없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산 위에 구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 가입을 신청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조차 알 수 없다. 불분명한 가입 조건, 제조업과 농업의 피해 규모, 일본과의 지속적인 무역적자, 어지러운 국제 무역 환경 등 불확실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역'은 모든 것이 변한다고 말한다. '산 위의 구름'도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변할까? 수산건을 이루는 마지막 여섯 번째 효(爻)는 음(陰)인데 이것이 양(陽)으로 바뀌어 다음 괘의 밑으로 간다. 그래서 불과 우레가 연이어 있는 서합괘로 바뀐다. 이 괘는 난관 돌파, 새로운 발견을 의미한다. 이 '주역'의 지혜를 조금 빌린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의 음효를 양효로 바꾸는 정중동의 자세다.

무슨 말인가? 우선 섣불리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몽니(?)에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주변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우선 브렉시트의 결과를 보면서 영국이 CPTPP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한ㆍ영 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미ㆍ중 무역 분쟁도 지켜봐야 한다. 미국이 다시 CPTPP를 필요로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스스로 침착함을 추구해나가는 일종의 정(靜)의 태도다. 당연히 동(動)도 필요하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방향 전환 가능성(논의국과의 양자 FTA 포함), 나아가 한ㆍ중ㆍ일 FTA의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일본과의 FTA가 부담스러우면 멕시코와의 FTA를 조기에 추진하고 기존 CPTPP 회원국과의 FTA를 업그레이드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아니, 추진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산 위의 구름은 언젠가는 없어진다. 그러니 조용하게 움직여야 한다.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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