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ILO 핵심협약, 가장 기본적인 노동인권의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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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91년 국제노동기구(ILO)의 152번째 가입국이 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엔(UN) 산하 기구 중 ILO에만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정부는 ILO 가입을 통해 드디어 "국제적 외교 무대에 당당히 나설 수 있게 되었고" "노사관계법, 근로 조건 등 한국의 노동 환경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알림으로써 국내외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ILO 가입 이후 30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현시점에도 ILO 핵심 협약 비준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ILO 핵심 협약의 공식 명칭은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이다. 핵심 협약은 1998년에 ILO가 "노동에서의 기본 원칙 및 권리에 관한 국제노동기구 선언과 그 후속 조치"에서 제시한 4가지 원칙, 즉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고용상 평등과 관련되는 8개 협약을 말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총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ILO는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국제 공동체의 대응으로 1919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의 특별기구가 됐다. ILO는 국제기구 중 유일하게 각 회원국의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가 정부 대표와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ILO의 목표는 회원국의 노동권 향상과 사회 정의 촉진이다. ILO가 이러한 목표를 설정한 것은 단순하게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사 모두의 관점에서 지속적인 사회 안정과 성장을 위해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과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ILO는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노동권의 주제별로 ①적용 범위(대상) ②권리의 내용(요건) ③이행 방식을 포함한 사항들을 법령의 형태인 협약으로 만든 후 회원국이 이를 비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구조에도 인권적 차원에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노동 기준'에 대해서는 회원국의 기본적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ILO 핵심 협약이다.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ㆍ제98호 협약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단체를 자유롭게 설립할 권리(제87호)를 규정하면서 노동자가 가입 및 활동으로 차별받는 것에 대한 보호(제98호)를 규정하고 있다.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ㆍ제105호 협약은 강제노동을 금지(제29호)하면서 정치적ㆍ사회적ㆍ인종적인 차별로 또는 파업에 대한 처벌로 강제노동을 부여하는 것을 특별하게 금지(제105호)하고 있다. 아동노동 금지에 관한 제138호ㆍ제182호 협약은 15세 이하 아동노동의 금지 원칙(제138호)과 가혹한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제182호)를 규정하고 있다. 고용상 평등에 관한 제100호ㆍ제111호 협약은 남녀 동일 가치 동일 임금에 관한 원칙(제100호)과 고용과 직업 영역에서의 기회와 처우의 균등(제111호)을 규정하고 있다.

결국 ILO 핵심 협약은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결성할 수 있고, 양심과 자유에 반해 강제적으로 일하지 않으며, 일정한 연령까지는 노동으로부터 보호받고, 남녀 및 사회적 신분에 의해 취업과 직업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노동의 영역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ILO 핵심 협약 비준과 그 후속 조치들이 가져올 노사 관계의 변화와 영향은 적지 않겠지만, 이번 논의를 계기로 그동안 '국민 경제의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형성돼온 우리의 노동법제와 관행을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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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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