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르포]"적대관계 아닌 상생해야죠"…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덕에 되살아난 안동시장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르포]"적대관계 아닌 상생해야죠"…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덕에 되살아난 안동시장
AD
원본보기 아이콘

[안동(경북)=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와, 엄청 싸다." "이거 인스타그램에서도 본 건데, 여기 있었네."


지난 15일 오후, 안동시 구시장 초입에 위치한 노브랜드 안동점 점포에 10대 남학생들이 성큼성큼 들어왔다. 생필품 코너를 그대로 지나친 이들은 닭꼬치ㆍ돈까스 등 노브랜드표 냉동식품이 한 가득 채워진 대형 냉장고 앞에서 연신 '싸다'며 감탄했다. 그 옆을 지나가는 20대 주부는 요거트와 우유를 바구니에 담고, 소포장된 냉동 고기 코너 제품을 한 개 집어들었다. 맞은 편 60대 여성은 노브랜드 초코파이와 새우스낵 등 간식거리를 품에 한아름 안고 있었다.

600년의 역사를 가진 안동구시장은 1990년대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찜닭'의 발상지다. 하지만 찜닭 열풍이 사그러들고, 청년들은 길 건너 100여m 떨어져있는 로데오 거리로 몰리면서 안동 구시장은 활력을 잃었다. 브랜드 커피숍과 패션 매장들이 모인 로데오 거리로 간 청년들은 좀처럼 구시장을 찾지 않았다. 구시장을 중심으로 터를 잡은 상인들 역시 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지난 달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안동구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점포가 들어오면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인기인 먹거리나 생필품 등을 구경하러 오는 청소년들이 급격하게 늘었고, 젊은 부부들은 아이 손을 잡고 매장을 방문했다. '노브랜드'의 파워였다. 부쩍 늘어난 유동인구에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브랜드 매장 근처에서 중년 여성옷을 판매하는 박효순(46세ㆍ가명)씨는 "예전에는 거의 오지 않던 젊은 부부나 청년들이 늘면서 장사할 맛이 난다"고 귀띔했다. 노브랜드 건너편에 위치한 의류매장은 길거리에 매대를 전진배치했다.


[르포]"적대관계 아닌 상생해야죠"…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덕에 되살아난 안동시장 원본보기 아이콘

안동 상생스토어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노브랜드 점포다. 기존 점포들이 100평 이상인 것과 달리 43평에 불과하다. 구시장 상인들이 파는 품목과 겹치는 신선과일과 야채를 덜어내고 육류 역시 냉동ㆍ간편식류만 취급하면서 취급 제품 종류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김원기 이마트 상생태스크포스(TF)팀 과장은 "1호 매장인 당진점부터 7호 매장인 안동점까지 시장 상인들의 요구에 맞춰 구색을 달리했기 때문에, 똑같은 점포가 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상생을 위해 기꺼이 맞춤형 점포를 마련한 것. 지난달 말 개점 당시 개최한 증정 행사에서도 노브랜드에서 1만원 어치를 구매하고 구시장에서도 1만원 어치를 구매한 고객에게만 사은품을 줬다. 노브랜드만 잘 되는 게 아니라 시장도 함께 잘 되자는 의미였다. 폭발적 호응에 준비한 3000여개의 사은품이 거의 다 소진됐다. 지금까지 안동 구시장 노브랜드에서 물건을 구매한 고객 수는 7000명으로, 함께 동반한 가족들까지 합하면 방문자는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안동시 시내 중심부에 거주하는 인구가 5만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1호점을 낼 때만 해도 '몸집을 불리기 위한 꼼수'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상생 효과로 전통시장의 활기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본 전국 상인회들은 앞다퉈 노브랜드 유치에 힘쓰고 있다. 지금도 몇몇 전통시장과 상생스토어 입점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정유성 안동구시장 상인회장은 "노브랜드가 생긴 이후 아기를 동반한 젊은층이 구시장을 많이 찾는다"며 "대형마트라고 해서 전통시장과 대결구도로 가져가 적대관계를 만들 게 아니라, 서로 상생해 젊은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25일만에 사의…윤 대통령 재가할 듯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국내이슈

  • "애플, 5월초 아이패드 신제품 선보인다…18개월 만"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첨단사양 빼곡…벤츠 SUV 눈길 끄는 이유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가 신뢰도 높이는 선진국채클럽 ‘WGBI’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