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지난해 1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 5가의 한 여관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건물에 있던 10명 중 세 모녀를 포함한 7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정확히 1년 전 벌어진 이른바 '종로 여관 참사'다.
화재는 방화 때문이었다. 중국음식점 배달원 유모(54)씨는 여관 주인이 성매매 여성을 불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여관 출입구에 휘발유 통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 유씨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 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연면적 103.34㎡, 지상 2층짜리 여관 건물은 1964년 사용승인이 나 54년이 지난 상태였다. 건물 용도와 연면적 중 어떤 기준으로도 의무 설치 기준에 못 미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후문은 투숙객이 찾기 어려운 곳에 있어 평소 거의 쓰이지 않았고, 옥상도 대피로 역할을 못했다.
같은 해 11월 9일 비슷한 사고가 또 있었다.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에서 투숙객이 사용하던 전열기에서 난 불이 번져 7명이 숨졌다. 고시원은 2007년에 지어진 탓에 2009년 7월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그 때문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불과 10개월 전 일어났던 서울장 여관 화재와 판박이인 셈이다. 더욱이 사상자 대부분이 빈곤층 또는 일용직 노동자인데다가 화재에 취약한 낡은 건물인 탓에 피해가 더 컸다는 점 등 두 사건은 유사한 점이 많았다.
사고 이후 정부는 화재에 취약한 고시원에 대해 안전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여관은 아직도 대책 없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종로 여관 방화 참사로 사랑하는 두 딸과 아내를 잃은 이모(40)씨는 이에 대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근본적인 예방대책 대신 보여주기 식으로 대처하는 게 참사가 반복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슷한 조건의 장소에서 매번 참사가 되풀이되는데도 법 때문에 이를 예방할 수 없다면 국가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런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화재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 우려가 있는 곳에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 소방법을 소급적용해야 한다”면서 “계속 사후약방문식 처방으로 일관한다면 나와 같은 피해자 유족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이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정부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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