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쏙/안채영
쏙, 이렇게 시원한 말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앓던 이가 박힌 가시가 일순간 해결되는 이 말 그러나 쏙은 갯벌에 박힌 못 취향은 오묘해서 깃털을 따라 올라온다
쉽게 뽑히지 않는 일 있다면 사천만 갯벌에 나가 쏙, 쏙을 뽑아 올려 보시라 아무리 아프던 이도 뽑히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더 이상 아픔을 모르는 입 밖의 뼈가 된다
쏙, 이렇게 허탕을 치는 말이 또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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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말 끝까지 물고 있어야 할 그 어떤 것을 순식간에 놓고 다시 구멍 속으로 돌아가겠다는 말 쏙을 잡다 보면 문득, 이것들은 갯벌의 자잘한 통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응어리진 것들이 있다면 사천만 갯벌에 나가
헛것으로 살살 약을 올리고 쏙, 쏙 뽑아 보라
■'쏙'은 바닷가 모래 진흙 속에 구멍을 파고 사는 동물이다. 언젠가 TV에서 '쏙'을 잡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쏙쏙 뽑혀 올라왔다. 물론 얄밉게도 "순식간에" "다시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녀석들도 있었고 말이다. 여하튼 '쏙'은 쏙 나왔다가 쏙 들어가곤 했다. 시인은 절지동물인 '쏙'을 부사 '쏙'과 연결하고 연이어 '통증'과 맺고 있다. 재미난 발상이다. 시인의 말처럼 속 시원하게 쏙 뽑히는 통증도 있지만 다시 우리 안으로 쑤욱 들어오는 통증도 있다. 그래서 응어리지고야 마는 어떤 고통들이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수많은 아픔들이 우리에게 닥쳐왔었고 아직 곁에 머물고 있다. "헛것"이라도 좋으니 서로 보듬고 달래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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