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창세기 3장 6절)" 금단의 열매를 본 순간 여자가 이 열매를 따서 먹고 싶다고 느낀 강렬한 유혹을 성경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최고의 식품이 갖춰야 할 덕목 3가지를 성경에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색깔이나 모양이 먹음직스럽고, 실제로 맛이 좋으며, 먹고 나서 남들과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매혹적인 식품이라면 값이 비싸도 잘 팔릴 수 있다. 좋은 와인이 사람을 끄는 마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글라스에 따를 때 색깔의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하고, 마시면서 맛과 향에 반하며, 마신 후에는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 무언가 남다른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 바로 명품 와인의 조건이다.
고급 와인 생산지는 대부분 그렇게 덥지 않은 지역에서 남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뒤쪽에는 찬 북풍을 막을 수 있는 산이 있다. 앞이 시원하게 트인 곳으로 강이나 호수가 있으면 더 좋은 곳이다. 연간 강우량도 500~800㎜ 정도(우리나라는 1200~1400㎜)로 비가 많이 내리지 않고, 비가 오더라도 겨울에 많이 오며 빗물이 바로 빠지는 경사가 있어야 한다. 같은 지역이라도 다른 포도밭보다 서리나 우박 등의 피해가 적다. 낮에는 햇볕이 잘 들어 덥고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서늘해야 포도의 색깔이 진하고 당도와 향이 깊어진다. 이렇게 완벽한 조건을 갖춘 포도밭은 넓을 수가 없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고, 다른 포도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땅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포도는 그 땅에 적합한 고급 품종을 선택해 정성을 들여 재배한다. 손으로 하나씩 가지치기를 하고, 꽃이 핀 다음부터는 일일이 솎아내 생산량을 줄여야 당도가 높고 산도가 적당한 좋은 포도를 얻을 수 있다. 포도가 익기 시작하면 날마다 당도를 비롯한 각 성분을 분석, 가장 이상적인 조건에 도달했을 때 완벽한 송이만 손으로 수확하고 좋지 않은 것은 그대로 남겨둔다. 수확된 포도를 상자에 담아 즉시 와이너리로 가져가 으깨어 바로 발효시키거나 낮은 온도에서 며칠 더 두면서 아로마를 추출한 후 발효시킨다. 낮은 온도에서 발효가 서서히 일어나게 조절해 색깔, 향, 맛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완벽한 품질이 되도록 하고, 숙성할 때도 좋은 오크통을 사용, 장기간 보관해 오크통에서 향과 맛이 우러나오도록 관리한다. 완성된 와인을 병에 넣을 때도 가장 길고 비싼 코르크를 사용한다. 그러고 나서 이 와인을 병에서 몇 년 더 숙성시킨다.
해가 갈수록 생산 연도(Vintage)가 다른 와인이 쌓여가니 창고가 커질 수밖에 없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1년 숙성시키는 와이너리보다 5년 숙성시키는 와이너리의 창고 면적이 5배는 더 커야 한다. 또한 5년 동안의 관리ㆍ재고 비용을 고려한다면 보통 와인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덩치 큰 아파트도 3년이면 다 짓는데, 와인 한 병 만드는 데 5년이나 걸린 셈이다. 특급 와인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이유는 인간의 인내심을 키워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확 늙는 나이 따로 있었다…"어쩐지 체력·근력 쭉...
이렇게 만든 와인은 거의 예술품 수준으로까지 취급되기도 한다.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수량이 많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즉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값이 비싸지는 것이다. 이렇게 비싼 와인은 최고의 조건을 갖춘 작은 포도밭의 낭만과 하나씩 정성 들여 손으로 만든다는 점에 비싼 가격이 합쳐져 그 맛을 더 뛰어나게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비싼 와인의 상표가 떨어져 나가고 없다면 그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와인은 브랜드 네임의 가치가 더 크다. 백만 원짜리 와인이 만 원짜리 와인보다 백 배 더 맛있는 것은 아니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