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한국전력공사 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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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난 2000여 년 동안 중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에 의존해왔고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초래했다. 산업화를 통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된 반면 기후변화라는 생존의 시험대에 직면하게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1차에너지 사용량이 2035년경까지 지금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다행스럽게도 에너지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태양광ㆍ풍력ㆍ수력ㆍ바이오ㆍ해양에너지 등 고갈되지 않는 재생에너지가 대체에너지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실현도 가시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유무보다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신에너지 체제에 적응하는 블루슈머(bluesumer)가 등장함에 따라 머지않아 지구촌의 수억 명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ㆍ소비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서 지능적ㆍ분산형 전력네트워크 즉, 마이크로그리드(micro grid)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한국전력공사는 발전ㆍ송배전ㆍ판매로 이어지는 기존의 전력사업 밸류체인에 에너지 기술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융합 역량을 발휘하는 통합적 사업구조, 즉 플랫폼 중심체제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2020년까지 차세대 에너지관리시스템 고도화, 전력사업 전용 운영체제 구축,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의 4차 산업혁명 관련 9개 전략과제에 7640억원을 집중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고객서비스 및 설비관리 분야 등에서 매년 생성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정제 및 비식별화 과정을 거쳐 빅데이터화해 상업 및 공익목적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너지 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달 초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 안에서 에너지 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로 'BIXPO(전력신기술박람회) 2017'을 개최했다. BIXPO의 성공은 한전이 에너지 마켓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전력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고 부문 간의 융합과 공유를 통해 에너지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은 산업발전의 여정과 밸류체인의 연속선상에서 불가피하고도 거대한 트렌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그레이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인기가 아직도 식을 줄 모른다고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예전에 서로 다른 행성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채 지구에 정착해 함께 살면서 겪게 되는 갈등 상황을 묘사했다. 전통적인 전력사업과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은 남녀간의 간극을 메우는 것 같은 치유가 필요치 않다. 에너지 산업은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처럼 이질적이지 않으며 생각만큼 부조화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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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삶은 혁신의 태동과 소멸의 연속선상에서 진화해왔다. 산업화 시대에 지배적이었던 규모의 경제는 맞춤형 경제로, 수직계열화는 분산형ㆍ개방형 협업체제로 바뀌면서 첨단 에너지 기술과 새로운 에너지 체계가 만나 위대한 경제적 변혁을 이뤄내고 있다. 에너지 자원 혁명이 그것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적극적 동참 노력과 대규모 투자가 대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크나큰 단초(momentum)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동섭 한국전력공사 CTO(신성장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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