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례적 핵무력 완성 선언…제재국면 전환 노렸나
김정은 성명서 "책임있는 핵강국이자 평화애호 국가" 등 표현
핵무장국 지위 인정받되 美와 핵군축 협상 등 가능성도 열어둬
정부 외교셈법 복잡…평창올림픽 北초청 고민도 깊어져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인 '화성-15형' 발사 이후 직접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강대강으로 미국과 대치 중인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북한의 정치·외교적 포석도 깔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화성-15형 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에 참관한 김 위원장이 "오늘은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된 뜻 깊은 날"이라고 강조한 발언을 보도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직접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핵 무력 완성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강조한 '핵·경제 병진노선'이 성공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성공했는지는 미지수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데 빨라야 2~3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통신은 이날 밤 대기권 재진입과 관련 "(화성-15형 발사를 통해) 설계의 요구를 정확히 만족했다"면서 성공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100%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고각 발사는 정상 각(30~45도) 발사보다 대기권 비행시간이 훨씬 짧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짧은 거리는 모르지만 화성-14형 계열은 대기권 재진입을 한 적이 없고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거 같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17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북한이 29일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그럼에도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성명에서 "우리 국가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나라나 지역에도 위협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을 이례적으로 담았다. 이는 핵무장국으로서의 지위는 인정받되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 등 평화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적 대북압박의 강도가 계속 강화됨에 따라 현재의 국면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북한이 핵 무장의 완성 선언을 서둘러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날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 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비행거리가 미국 동부에 이를 정도로 (능력을) 과시하면서 동시에 방향을 (미군 부대가 있는) 괌이나 하와이로 향하지 않고 탄착지점도 일본 열도를 넘어가지 않게 한 것은 국제사회를 많이 자극하지는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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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외교적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북한이 넘지 말아야할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에 대해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전체회의에서 "대륙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ICBM 발사'라는 표현 대신 'ICBM급' 또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국면 전환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당장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자칭 핵보유국' 북한을 초청해야 할지 여부도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았다.
한편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선 만큼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 전략이 통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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