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자살이 사망 1·2위…경찰이 분노한 이유
일선 경찰관 경찰 지휘부 고발 배경은
최근 5년 스스로 목숨 끊은 경찰 100명
격무·스트레스에 극단적 선택
과로 인한 심장·뇌혈관질환 등
“인권경찰은 내부 인권 보호부터”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최근 5년간 경찰관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은 범죄자의 습격도, 교통사고도 아닌 ‘질병’과 ‘자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경찰관들이 경찰 지휘부를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는 동료의 죽음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
현직 경찰관 커뮤니티 ‘폴네티앙’은 28일 충북지방경찰청 감찰 직원 및 지휘부 등 6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에 연명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1577인의 성난 외침, 더 이상 죽이지 마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내부감찰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A(38·여) 경사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격무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분노를 대변하고자 함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복무 중 사망한 438명의 경찰관 가운데 100명(22.8%)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질병(268명)으로 인한 사망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교통·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은 49명, 범인 피습으로 목숨을 잃은 경찰은 3명이었다.
경찰관의 자살 원인에는 금전문제 같은 개인적 사유도 있으나 경찰 업무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우울증과 신병비관 등이 극단적 선택으로 연결된 경우가 상당수다. 이달 들어서만 우울증 등을 이유로 인천에서 경찰관 3명이 잇따라 자살을 선택했고, 지난해 6월에는 A 경사와 마찬가지로 감찰을 받았던 경기 동두천경찰서 소속 B(당시 32·여) 순경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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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질병사망 또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가장 큰 발병원인으로 꼽힌다. 불규칙적 생활과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장·뇌혈관 질환, 쇼크 등 치명적 질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질병으로 숨진 경찰관 중 순직이 인정되지 않은 21명의 사망 원인을 확인한 결과 과로사·돌연사 관련 질병이 76%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최근 5년간 순직으로 인정받은 질병 사망자는 268명 중 50명에 불과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분노한 부분도 이 지점에 있다. 경찰 수뇌부가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며 ‘인권경찰’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 직원들의 인권은 그대로라는 비판이다. 이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경찰 내 직장협의회 설치, 현장 중심 인력 재배치 등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근창 폴네티앙 회장(경남 함안경찰서 경위)은 “내부 인권이 보장받아야 일선에 있는 경찰이 자신감 있게 국민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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