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역사를 새로 쓴다…MMCA 임흥순展
2015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 임흥순
韓 현대사 속 소외된 여성들 삶 다뤄
믿음, 공포, 신념, 배신, 사랑, 증오, 유령 키워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작 10여점
30일부터 내년 4월 8일까지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과연 무엇인가?”
사천왕상 문을 지나면 주 전시공간인 5-1전시실로 들어설 수 있다. 영화세트장과 같은 이 공간은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일종의 중간지대 역할을 한다. 수많은 죽음과 희생을 감내한 평범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곳이다. 할머니들의 삶은 전시장 내벽의 3채널 영상 속 다양한 인터뷰와 연기자들을 통해 재구성된다. 작가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임흥순 작가(48)는 주로 한국현대사 속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영화에 담는다. 이름 없는 이들에게 다시 생명을 되찾아 주고자 한다. 기존 가부장적이고 남성 위주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예술로서의 새로운 역사쓰기를 시도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임흥순-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전을 오는 30일부터 내년 4월 8일까지 서울관 5, 7 전시실 등에서 연다.
전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형성된 ‘분단’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우리 의식 속에 자리 잡았는지 보여준다. 이를 위해 국가와 역사로 인한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를 꿋꿋이 찾아나갔던 할머니들의 삶을 뒤쫓는다.
전시는 정정화(1900-1991), 김동일(1932-2017), 고계연(85), 이정숙(73) 네 명의 할머니들의 삶을 지인들과의 인터뷰, 유품, 아카이브를 통해 구체적으로 그린다. 거대한 역사 속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시간을 ‘믿음, 공포, 신념, 배신, 사랑, 증오, 유령’ 키워드를 토대로 그 이미지를 복원한다.
임흥순 작가는 “굳이 주제나 소재를 찾아 작업하지 않는다. 우연한 만남과 상황을 즐긴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또는 이야기하지 못한 것들에 관심을 둔다. 네 분 할머니들도 작업을 하던 2010년 이후 우연치 않게 만난 분들이다. 여러 고민을 하던 중 모든 작업 안에 ‘분단’이라는 공통요소가 있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우리가 나누어지는 이유가 뭘까?’를 고민했다. 언젠가는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울 태생인 임흥순 작가는 경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는 소외되는 노동자 계층과 지역, 이주, 여성,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현대 예술로서의 다큐멘터리 영화와 공공미술을 시도했다. 전시장과 극장, 생활현장까지 섭렵하며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음에도 외면 받았던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은 ‘위로공단’으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국제사회를 향해 소외된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공적인 역사보다 사적인 역사에 관심을 뒀다. 주로 가족 이야기를 하는데. 부모님 모두 노동자로 살아오셨기 때문에 노동의 현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정서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미술관 안에서만 하는 작업보다 현장이나 일상공간에서 현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술을 원했다. 좀 더 많은 시민과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 자연스럽게 영화 매체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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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 속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어루만진다. 5전시실 외벽에는 네 명의 할머니들을 위한 ‘시나리오 그래프’를 만들었다. 할머니들의 개인사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공적 역사, 자연 환경의 징후들을 연표로 구성해 한국사회를 다양한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은 개인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장소로 확장된다. 전시장은 사전공개와 워크숍을 통해 작가가 구성한 이야기 서술에 따라 제단, 영화 세트장, 소품실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내년 3월 장편영화로의 완성을 목표로 두고 전시 개막 이후에도 끊임없이 변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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