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뉴리더십-비전퀘스트] 소통 앞세운 조원태 '현장경영' 정공법
'2017 뉴 리더십 - 비전퀘스트 새로운 길을 걷다'
<3>조원태 대한항공 사장(上)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190cm이 넘는 건장한 체구와 하얀 피부. 조원태 대한항공 대한항공 close 증권정보 003490 KOSPI 현재가 26,050 전일대비 1,250 등락률 -4.58% 거래량 2,368,660 전일가 27,3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통합 대한항공 12월17일 출범…5년6개월 만 대한항공, 美 캘리포니아 과학 센터에 '보잉 747' 전시장 공개 "숨어있던 마일리지 찾으면 시드니 항공권 응모"…대한항공, 회원정보 업데이트 독려 사장은 눈에 띄는 외모와 달리 성격은 조용하고 섬세하다. 화려한 말주변이나 요란한 제스처와도 거리가 멀다. 앞에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관망하는 편이고, 혼자 말하기보다는 많이 듣는 것을 즐기며, 서두르기보다는 돌아갈 줄 안다. 이것이 경영자로서 남다른 그의 장점이다.
2017년 1월,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을 이끄는 조원태 사장은 '진솔한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사내 익명게시판에 수시로 들어가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되면 가감없이 업무에 반영한다. 공항근무 직원들을 위해 구내식당 메뉴를 직접 챙기는 섬세함과 점심식사로 김치찌개를 먹으며 직원들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소탈함도 보인다.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임원에게 보고를 받는 대신 현장으로 달려가 직접 확인한다. '현장이 곧 본사'라는 한진그룹의 오랜 경영철학이자 조 회장으로부터 이어받은 DNA다.
◆"작은 구멍에 큰 댐 무너져"…격식없애고 소통 앞세워= 중학교 때 유학을 떠나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합리주의가 몸에 배어 있다. 직급과 상관없이 말단 직원부터 고위 임원까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이 발전한다는 확신 탓이다. 조 사장은 "작은 구멍 하나로 물이 새기 시작하면 결국 큰 댐도 무너지게 돼 있다. 구멍이 더 커지기 전에 구멍이 왜 생겼는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제 책임이고 의무"라며 적극적인 소통에 동참해달라는 장문의 글을 사내 익명게시판(소통광장)에 올려 직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임원은 물론이고 오너가에서 직원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린다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었다. 직원들은 "진정한 변화가 느껴진다", "앞으로도 자주 소통해달라"는 응원 댓글로 변화에 화답했다.
조 사장은 평소 소통광장을 자주 찾고, 직접 해결사로 나서기도 한다. 그는 '김포공항 근무자를 위해 식사의 질을 개선해달라'는 공항근무 직원의 제언글을 보고 그날 곧바로 김포공항 내 대한항공 직원용 식당으로 향했다. 조 사장은 직원용 메뉴를 주문해 맛을 본 뒤 그 자리에서 담당 임원에게 식사 단가를 높이고 다른 식당과 새로운 계약을 맺어 경쟁을 유도해달라고 했다. '현장이 곧 본사'라는 그의 지론에 맞게 공항근무 직원들의 애로사항도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조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타 항공사에서도 화제가 됐다. "김포공항은 인근 식당이 없고 가격도 비싸서 그동안 모든 항공사 공항근무 직원들에게 비선호 근무지로 통했다"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불편들을 바꿔보겠다는 시도에 직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항공중정비(MRO)를 담당하는 부산 테크센터의 한 직원이 올린 통근버스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 글을 보고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부산 테크센터는 김해공항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지 않은데다 통근버스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는 "비용이 들더라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며 통근버스 시스템 개선을 직접 챙겼다. 그렇게 해서 2개월 만에 새로운 운영시스템을 개발ㆍ적용했다. 사전 신청한 직원만 이용하던 것을 직원이면 누구나 탑승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고 ID카드 인식 방식을 도입해 이용 횟수에 기반해 승차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임원 보고 때 자리에서 일어나…기내간담회는 그의 아이디어=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격식이나 의전도 철저히 배제하자는 게 그의 원칙이다. 임원들이 보고를 위해 조 사장의 집무실을 찾아가면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보고를 받는다. 대한항공 한 임원은 "짧은 보고라도 반드시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거나, 회의 테이블에 마주서 보고를 듣는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임원들과 회의를 할 때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지시하기 보다는 습관처럼 "어떻게 생각하시냐"며 의견을 구한다. 대표로 겸직하고 있던 그룹 계열사 한진칼과 진에어, 한국공항 등 5개 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도 임원들의 의견을 전격 수용한 결과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2월22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보잉 찰스턴 센터에서 차세대 보잉 항공기 B787-9 인수식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조 사장은 지난 3월 초 신규 도입된 차세대 항공기 B787-9 공개 행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룹 후계자로서 경영 전면에 선 뒤 가진 첫 언론 데뷔였다. 연단이 있는 화려한 행사장 대신 비좁은 기내 간담회를 택한 건 그였다. "새로 도입한 항공기를 직접 보고 느껴보며 그에 대한 궁금증을 본인이 직접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1시간 넘게 이어진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제한없이 모두 청취하고 하나하나 성실하게 답변하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 호감을 얻었다.
당시 간담회 준비로 애썼던 임직원들과는 김치찌개 스킨십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조 사장은 신입사원 교육 수료식이나 서비스 현장직원들을 격려하는 '엑셀런스 시상식'도 예외없이 모두 참석한다. 회의나 외부 미팅이 겹치면 일정을 변경해서라도 직접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올초 설날에는 예고없이 홀로 인천공항 소재 승무원 브리핑실을 찾아 비행을 앞두고 준비 중인 운항ㆍ객실승무원들을 격려했다. "종합통제센터와 정비 격납고 등 현장직원들이 일하는 곳에 예고없이 방문해 격려한다"는 것이 일상적이다.
◆이윤 추구 이상을 꿈꿔…입양인봉사회 8년째 남몰래 지원= 2010년. 조 사장이 당시 여객영업본부장이던 시절. 그는 미국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에서 개최한 보잉클래식 행사에서 양부모님과 대한항공 홍보 부스를 찾은 한 동양계 소년을 만났다. 대한항공은 그곳에 1등석 좌석(코스모스위트 시트)과 항공기 모형 등을 전시해 홍보하고 있었다. 전시관을 둘러보던 소년의 양아버지가 "이것이 네가 태어난 나라의 항공사다. 보잉 사에서 항공기를 주문해갈 만큼 크고 훌륭한 회사구나. 언젠가는 너도 이 비행기를 타고 네 모국을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고 소년과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다.
두 부자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조 사장은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는 길에 해외 입양아이들의 모국 방문 프로그램을 알아봤다. '어렸을 때 해외로 입양된 수백명의 아이들에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후 대한항공은 2010년부터 올해로 8년째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를 통해 모국을 찾는 해외 입양아들에게 매년 미국ㆍ유럽노선 항공권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 사장은 "좋은 일은 드러나게하지 않을 때 더욱 값지다"며 봉사회의 권유에도 최근까지 선행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아왔다.
◆비행 조종 관심높아ㆍ아들 셋과 배구단 관람으로 여가생활= 조 사장은 비행 조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항공기 시뮬레이션의 이착륙 조종 기술이 부친과 마찬가지로 수준급이다. 국내외 항공 관련 행사장 등 항공기 시뮬레이션이 설치돼 있는 곳에서 시연을 해보거나, 대한항공이 2년 마다 실시하는 '플라이트 시뮬레이션 대회' 행사장에 아들들을 데리고 둘러보는 등 많은 애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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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전혀 못하는 조 사장은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독서를 하거나 아이들과 여가를 보낸다. 요즘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저서인 '힛 리프레시'를 읽고 있다. 아들 셋을 둔 조 사장은 대한항공 점보스의 계양 체육관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세 아들과 응원을 간다.
처음에는 배구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스포츠 채널 조차 보지 않았던 그였지만 지난 4월 점보스가 2016-2017 NH농협 V리그 챔피언 최종전에서 우승이 좌절됐을 때 선수들과 구단 임직원들이 땀을 쏟는 걸 본 뒤로 '배구덕후'가 됐다. 조 사장은 경기 관람 후 선수들에게 "선수들과 회사 임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선수들과 기쁨 슬픔을 함께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며 응원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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