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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사스때 쌓은 中 신뢰, 사드도 흔들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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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 인터뷰
'일대일로' 호재에 中 영업망 선진화…굴삭기 판매대수 2배 늘어
인도·국내시장서도 성과

분사 후 독자생존 경쟁력 확보에 집중
내년 국내 건설장비부문 1위 자신
내년엔 북미·유럽·아프리카로 확대
국내 최초 중고 건설장비 경매 '신사업'
해외에 중고 판매 활로 열어
무인 굴삭기 상용화도 연구…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가 경기도 성남 현대건설기계 분당사무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가 경기도 성남 현대건설기계 분당사무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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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아시아경제 이정일 산업부장, 정리=김혜민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후폭풍도 HD현대건설기계 를 뒤흔들지는 못했다. 올해 현대건설기계의 중국 매출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ㆍ해상 실크로드)라는 호재에 중국 내 영업망을 선진화한 노력이 컸다. 중국 매출을 앞세운 글로벌 실적 증가는 '독자생존'의 부담을 덜어줬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4월 현대중공업에서 건설장비사업본부를 분리해 새롭게 출발했다.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는 2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제야 우리 몸에 맞는 옷을 입게 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공 대표는 "현대중공업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독자생존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게 분사의 취지였는데 지금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국내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덕분"이라며 분사 후 지난 8개월을 자평했다.
공 대표는 중고 건설장비 판매 물꼬를 틔우기 위해 '경매사업'도 새로 시작했다. 내년에는 북미, 유럽, 아프리카로 활로를 넓힐 계획이다. 국내에선 건설장비 부문 1위 도약을 자신한다. 공 대표는 "국내ㆍ중국ㆍ인도ㆍ브라질에 있는 생산공장도 공장마다 제품을 특화하는 등 재정비할 계획"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무인 건설장비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과 판매량이 많이 늘었다. 분사하며 세운 매출 목표 2조4000억원은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정말 많이 성장했다. 분사하며 밝힌 경영상 매출목표는 2조4000억원이었지만 내부적으론 3조원을 잡았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2조2120억원이었으니 직원들은 겁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사 당시 우리에게는 스스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필요했다. 그동안 직원 모두가 열심히 뛰어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물론 운도 따랐다. 올해 건설기계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주요 글로벌시장 매출도 늘었다. 3분기까지 인도 매출은 53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9.4%, 중국은 80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4% 성장했다. 국내도 1367억원으로 34% 증가했다.

-사드 보복 여파에도 유독 강했다. 소비재가 아닌 영향도 있지만 판매량이 두 배나 뛰었는데.
▲초기에는 공장 앞에서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시위도 있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중국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중국 법인인 강소법인은 1995년 중국의 상림과 60대 40 비율로 합작해 세웠다. 국내 기업 중 중국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해 인지도도 꽤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당시 주재원들이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남아 근무한 것도 신뢰를 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업황도 좋았다. 반한 감정으로 타격을 입은 소비재와 달리 건설기계시장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에 따른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올해 시장이 더욱 활발해졌다. 중국 내 판매량이 지난해 6만3000대에서 올해 12만대 수준으로 확대됐고, 현대건설기계의 굴삭기 판매 대수도 올 9월까지 3000대로 2배가량 늘었다. 분사 후 영업망을 재정비하고 그에 맞게 금융지원을 바꾼 것도 도움이 됐다.

-판매량이 회복됐지만 중국 현지 경쟁사들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중국시장 개척 초기에는 현지 수요처들도 한국이나 일본 등의 해외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 건설장비 기업들이 빠르게 기술력을 쌓으면서 지금은 시장 1위를 현지기업인 싼이중공업이 차지하고 있다. 싼이중공업의 중국 내 점유율은 20%로 이 시장을 공략하는 게 우리의 숙제다. 이를 위해 현지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도 10여명의 임직원들이 현지에서 영업망 관리를 챙기고 있다. 앞으론 소형ㆍ대형 장비 판매망을 별도로 구축하는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흥국 중심으로 시장을 키워왔다. 상대적으로 북미ㆍ유럽 등 선진시장에선 두각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신흥국은 현대건설기계의 주력 시장이다. 대형 인프라 사업이 많아서 수요가 늘었고 당연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현재 베트남ㆍ미얀마ㆍ러시아 등 9개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선진시장으로 확대하지 않고는 회사를 키울 수 없다.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종합건설장비 기업인 CNHi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10년간 6t 이하 소형굴삭기를 제공한다. 우리는 전 세계시장에 소형 굴삭기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CHNi는 점유율을 올릴 수 있어 윈윈이다. 이 외에도 인도ㆍ브라질 생산공장을 활용해 인근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으로까지 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위 경쟁이 치열하다. 내년에는 더 힘들 것이란 말도 나온다.
▲올해 국내시장 점유율이 36%로 2위다. 1년 만에 10%포인트 늘었다. 월별 기준으로 봐도 올 들어 총 4차례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누계로도 1위에 근접한 2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확실한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건설장비를 많이 팔았지만 이 역시 경기 호재는 아니었다. 5년 주기의 교체수요가 이번에 돌아왔던 덕이 컸고, 배기가스 규제에 따른 수요도 있었다. 하지만 내년 경기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를 줄이면서 건설사업자들이 위축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중고 건설장비 경매사업을 시행해 눈길을 끌었다.
▲기본적으로 건설장비시장은 우리가 물건을 만들어 딜러에게 팔고 딜러가 수요처에 판매하는 구조다. 딜러는 새 장비를 팔려면 수요처의 중고장비를 사줘야 한다. 파는 입장에선 이를 빨리 처분해야 적체를 줄일 수 있는데 지금까진 부침이 많았다. 해외에 팔고 싶어도 수요처를 몰라서 국내에서만 중고 장비를 팔아왔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기계가 경매플랫폼을 만든 까닭이다. 중고 물량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직접 활로를 열어주는 거다. 해외 중고 큰손들을 초청하기 위해 해외 로드쇼도 수차례 열었다. 현대건설기계로선 자연히 국내에 더 많은 장비를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앞으로 투자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연구개발(R&D) 센터 등 계획을 밝혔다.
▲투자는 현대건설기계가 올해 사업분리를 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내년엔 품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성남에 R&D센터를 짓고 있다. 제품 판매 전 극한ㆍ극온ㆍ분진ㆍ소음 등 세계 각지의 극한 작업환경을 재현해 테스트하는 신뢰성 센터도 만든다.

울산ㆍ중국ㆍ인도ㆍ브라질에 있는 생산공장은 지역별 특성에 맞춰서 공장마다 제품을 특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같은 굴삭기라도 저렴한 것을 원하는 중국시장 특성에 맞게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남은 고급 전자제품은 동남아에 파는 식이다. 공장 신축도 분명히 검토할 것이다. 물량이 늘어나면 당연한 수순이다.

무인 굴삭기 상용화 연구도 하고 있다. 앞으론 건설기계는 장비가 아니라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분명히 온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은 건설 중장비시장에서도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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