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가로막는 개인정보보호법
韓 빅데이터 활용능력 63개국 중 56위에 그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2015년 9월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화두는 '빅데이터(Big Data)'였다. 연사로 초청된 정하웅 카이스트 교수는 세계적인 검색엔진 기업인 구글을 언급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네트워크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3년 전부터 삼성을 비롯해 대기업들은 빅데이터 관련 사업화의 중요성을 인지했지만 규제로 인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화의 길은 여전히 험난한 상황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전달한 제언집에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는 빅데이터, 위성항법장치(GPS) 등의 활용이 규제에 묶여 안타깝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올 4월 실시한 '국내 지능정보산업 실태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35개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의 68.4%가 핵심 연관기술로 빅데이터를 꼽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연합(EU)과 같이 사전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형벌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카드사에서 비롯된 개인정보 침해 사고로 사후규제도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개인정보 보호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보니 빅데이터 활용 자체가 어렵다. 글로벌 조사기관 '테크프로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글로벌 기업의 29%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5% 수준에 불과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올해 처음으로 평가한 디지털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의 빅데이터 사용 및 활용 능력은 63개국 중 56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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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빅데이터 전문가인 톰 데이븐포트 미국 밥슨칼리지 교수도 지난해 서울대 강연에서 "한국은 빅데이터의 '금광'인데 제대로 캐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 일찌감치 도입한 전자정부 시스템으로 생성된 방대한 공공데이터 축적 등의 빅데이터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그 목적이 '학술·연구'일 경우에만 허용된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대학교수를 끼고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빅데이터 활성화로 불거지는 개인정보 호보이슈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빅데이터 현실을 반영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했다. 민감한 정보는 한층 더 까다롭게, 그렇지 않은 정보는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아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이 과도하게 제한돼 있어 기술혁신이 제한을 받고 있다"며 "미국처럼 개인정보의 산업적 활용을 위해 기업 접근의 문턱은 낮추되 유출사고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무한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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