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커피잔 소재까지 수억 들여 등록…회사가 휘청"
정기국회에서 '화평법' 개정안 논의, 통과 준비 중
국내서 쓰는 1t이상 화학물질 7000개 전부 등록해야…1개 물질 등록비만 수억원
업계 "플라스틱 그릇 소재와 같은 범용 물질은 빼달라" 요구 중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내에서 연간 1t 이상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관련 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등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막대해 기업 경쟁력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유독성이 없는 물질은 등록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정부가 발의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된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막자는 취지이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5년 통과된 화평법 원안은 연간 1t 이상 쓰이는 화학물질 중 유해성을 따져 일부만 등록하도록 했으나 개정안은 '일부'를 '모두'로 바꿨다. 이에 따라 등록개수는 종전 510개에서 7000개로 14배 늘어난다.
◆개정안 통과시 7000개 등록, 비용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금까지 환경부에 등록된 화확물질 10종을 살펴보면 1종당 자료 비용만 3000만~2억원에 달한다. 유해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관련 정보가 부족해 유럽연합(EU)의 자료를 비싸게 사오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료 소유자와 연락이 어렵고 자료 자체를 안 파는 경우도 있는데다, EU가 필요도 없는 자료를 패키지로 강매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부 영세 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부는 비용절감을 위해 기업들끼리 협의체를 만들어 공동으로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경쟁하는 기업들끼리 접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 협의체 대표를 맡지 않으려 하거나, 기업 규모별 비용 분담에 대한 이견 등의 잡음 때문에 협의체 구성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기업마다 단독으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자료 비용 외에도 행정비용만 최소 400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영세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등록비로 날릴 판이다.
◆플라스틱 그릇 소재까지 등록하는 건 돈ㆍ시간 낭비
한국석유화학협회측은 "고용노동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분류에 따라 유해성이 높은 물질만 등록하고 일반 화학 물질은 제외해달라고 환경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법은 페놀ㆍ벤젠과 같은 발암물질 위주로 등록하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일회용 커피잔이나 플라스틱 그릇 소재로 널리 쓰이는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까지 전부 등록해야 한다"며 "비교적 안전한데다 이미 널리 쓰이는 물질까지 등록하는데 수억원씩 소모할 필요가 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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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일정대로 등록을 마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원안이 통과된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등록 건수는 단 10건뿐이다. 내년 6월까지 원안에 따른 510종 물질의 등록을 마쳐야 하는 데 갈 길이 멀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라 2030년까지 7000종을 등록해야 하는데 수입을 중단하거나 과태료를 물게 될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환경정책실장은 "국민 건강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법안이지만 시행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문제들로 중소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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