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대해부]아시아지배구조협회 의장 "한국 기업 이사회에 관료 출신 허용 안 돼"
[아시아경제 기획취재팀]“한국 기업들의 사외이사로 관료 출신은 안 됩니다. 법조인과 회계사, 교수들이 너무 많은 것도 곤란하죠. 중요한 것은 기업 경영과 재무를 잘 아는 경험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제이미 앨런(Jamie Allen)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의장은 3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문제에 대한 일갈이다.
앨런 의장은 “대부분 교수들은 이론적으로 전문가이지만 경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 “재무 업무 경험이 없는 법조인들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분명 문제이며 더 많은 재무 전문가들이 이사회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역시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런 관행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도 관료가 이사회 공식 멤버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기획취재팀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의 37%가량이 학계 출신이며 법조와 정부 부처 출신도 각각 30%가량을 차지했다. ACGA는 2014년 아시아 국가의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서 한국을 11개국 중 8위에 올렸다.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보다 낮은 순위다.
앨런 의장은 “한국은 큰 회사들(big companies)들이 많은 주요 시장(important market)이므로 해외 투자자들도 관심이 많지만 기업지배구조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라며 “형편없는(poor) 지배구조는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것이고,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갖는 우려가 커질수록 증시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투자를 유치하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이사회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영진이 실질적으로 사외이사 임면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로 꼽히는데, 해외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발생한다고 한다.
앨런 의장은 “많은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에 의해 정해지는데 그렇게 되면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면서 “주주들이 회사를 압박하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경우 기업 문화상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내는 것이 다른 나라보다 조금 더 힘든 것 같기는 하다”고 언급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확산이 경영진의 독단을 막을 유효한 수단이 될 것으로 봤다.
앨런 의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더 적극적으로 기업 지배구조에 다가가도록 하고, 책임감을 갖도록 장려한다”면서 “한국에서는 재벌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갖고 있는데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어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물론 한국 증시엔 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사회책임투자가 더욱 강하게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이는 세계 각국의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의 중요한 주제가 됐다는 것이다. 앨런 의장은 “투자자들은 돈을 벌기를 원하면서도 명백히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면서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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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오너들의 이른바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쇼크를 주게 된다”고 했으며, 만약 법적처벌까지 받게 된다면 “해외에서는 비즈니스 경력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 사회적 평판이 사실상 파괴된다”고 언급했다.
ACGA는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응하고자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연기금과 아시아 상장기업, 다국적 은행 등 111개 기관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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