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적금→예금→보험 순으로 금융상품 해지 움직임…부동산값 되레 상승, 금리 인상까지 맞물려

금리상승기 "보험·예·적금 깨 빚부터 갚자" 심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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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은퇴를 앞둔 김수길씨(53세·가명)는 아들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변동금리로 대출했던 돈을 갚기 위해 기존의 보험을 해지했다. 해약환급금 3000만원으로 대출 일부를 상환하고도 남은 돈은 퇴직금 중간정산한 돈 5000만원으로 갚았다. 김씨는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아 남은 카드사 대환대출도 적금을 깨 갚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 예금과 적금, 보험상품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상승과 부동산값 상승이 맞물리면서 '펀드→적금→예금→보험' 순으로 금융상품 해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7월 기준 25개 생명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환급금(만기 전 계약을 해지하고 찾아간 돈)은 12조5302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1조3163억원) 보다 11%(1조2139억원)가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해지환급금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해지 환급건수도 같은기간 271만2700건으로 전년대비 15만9300건(6%) 증가했다. 은행 예금과 적금 중도해지율도 높아지고 있다. 예금 중도해지율은 2015년 30.8%에서 지난해 33%로 증가했다. 적금 중도해지율도 38.7%에서 40.8%로 올라갔다.

이에 따라 정기 적금의 전체 몸집은 계속 줄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정기적금(평균잔액)은 33조5870억원으로 전년(35조2640억원)대비 4.8% 감소했다. 2014년초까지만 하더라도 38조원 수준으로 기록하며 매달 10~25%씩 증가했던 정기적금 잔고가 2015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꾸준히 잔고가 빠지고 있는 것이다.


정기예금 증가폭도 대폭 줄었다. 8월 평잔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09조4500억원으로 전년대비 4%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2년까지만하더라도 매달 10%이상씩 잔액규모가 증가했지만 최근 들어선 2~5%대에 불과하다.


국내 주식형펀드도 지난 12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이어갔다. 지난 19일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 자금이 773억원 순유출됐다. 414억원이 신규로 설정된 반면 1186억원이 해지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예적금, 보험, 펀드의 가입 해지 러시에 대해 최근 부동산값 상승세와 관련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8ㆍ2 부동산 대책 등으로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수도권 아파트값을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보이면서 이들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산층 이하 부동산 실소유자들이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따른 가계대출 옥죄기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금융상품을 깨서라도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몸부림이라는 분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자를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적금이나 보험을 해약하고 빚부터 갚는 '자산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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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에 진입했다. KEB하나은행의 'KEB하나 혼합금리 모기지론'(5년 고정 후 변동금리, 금융채 연동)은 23일 신규 취급 대출부터 연 3.827∼5.047%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는 지난주 연 3.74∼4.96% 대비 0.087%포인트 인상된 것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올해 성장률 3%를 가정하고, 물가는 1~1.5% 오르고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는 (이를 합해) 4.5%에서 조금 더 높은 수준이 적절하다"면서 "현재는 정책금리가 과도하게 낮은 상황인데 금리인상 이후 가계부채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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