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보 돌려주세요"…채용서류는 반환 불가?
상시근로자 30명 이상 사업장은 구직자가 원할 경우 무조건 돌려줘야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내 정보를 돌려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취업준비생 서모(27)씨는 얼마 전 한 중견기업에 지원했다. 채용전형이 진행되면서 기업 요구하는 토익 성적증명서, 대학교 성적표 등 관련 서류를 모두 원본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면접을 본 뒤 서씨는 탈락했고, 해당 기업에 서류를 돌려달라고 전화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채용공고에 '제출 서류는 반환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는 말이었다.
기업들의 하반기 공개채용이 한창인 가운데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취준생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기업들의 채용서류 반환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은 여전히 많다. 이 법률은 2015년 정부와 공공기관,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고, 지난해는 100명, 올해부터는 3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채용정보 사이트에 들어가면 채용공고 아래쪽에 작은 글씨로 '제출된 서류는 반환하지 않음' 등의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취준생 이모(25)씨는 "어차피 탈락하면 회사에서 그 서류들이 필요하지 않을 텐데 개인정보가 가득 담긴 것들이라 뭔가 찝찝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단순히 귀찮아서 돌려주지 않는 거라면 구직자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곳은 입사하고 싶지도 않다"고 얘기했다.
서류를 준비할 때 발생하는 비용도 소득이 없는 취준생들에게는 부담이다. 토익 성적표 3000원, 대학교 성적표 및 졸업증명서 등은 1000~1500원, 그 외 각종 서류들을 합치다 보면 1만원까지 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씨는 "차라리 최종합격자에게만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혹여나 다음 번 채용 때 다시 지원하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채용서류 반환을 요청하지 못한다는 취준생도 많다. 김희영(가명·25)씨는 "괜히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를 것 같아 돌려받고 싶어도 그냥 생각으로만 그친다"며 "혹시라도 있을 필터링을 무서워하는 경우가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27)씨도 "취업이 절실한 구직자들의 마음을 이용한 기업들의 갑질"이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2015년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650개사를 대상으로 '채용서류 반환을 요청한 지원자가 다시 지원했을 때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조사한 결과 63.2%가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정부의 실태조사도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채용서류를 돌려주지 않는 기업들에게 과태료를 적용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조사 권한을 지방 관서로 위임해 현황 파악이 아직 안 됐다. 필요성을 느껴 조사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부 관계자는 "개인정보과 관련된 법이 많아 현재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개정 작업이 끝나면 매뉴얼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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