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멍든 경제]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신용등급 강등 우려까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지리적 조건이 경제,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정학적 리스크'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북한과의 대치 상황이 가장 큰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고, 이 영향이 주변국까지 확대되면서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과거와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올라섰다.
최진욱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지난 11일 열린 북한경제연구협의회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북한의 붕괴 가능성, 우리나라가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억지력 등이 이전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과거보다 북한 리스크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이로 인한 미국 본토 위협 가능성, 그리고 미국의 변화된 정책 등이 가장 큰 변화다.
그동안 북한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영향만을 주었다면, 앞으로는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석하 숙명여대 교수는 "북한 리스크가 당장 실물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겠지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장기화된다면 기업의 투자나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이같은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추석 연휴 기간에도 금융시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한편,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키로 했다. 추석 연휴에 북한이 또 다시 무력도발을 해 올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면서다. 북한에서 추석보다 더 큰 명절로 여겨지는 노동당 창건일이 10월 10일인 것도 이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평가 연례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리스크가 신용등급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지도 관심사다. 가장 먼저 연례협의를 마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경우 지난 14일 "북한 리스크가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하고 기존 등급 수준을 유지했지만, 현재 연례협의를 진행중인 무디스, 피치는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다.
특히 무디스는 지난 7일 보고서에서 한반도의 군사분쟁이 장기화되면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무력충돌의 발생 가능성을 기존의 '매우 낮음(very low)'에서 '낮음(low)'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어 더욱 우려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북한 리스크를 이유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하향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무디스가 2003년 3월, 신용등급이 아닌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2단계 하향한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3년만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러므로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라도 북한 리스크로 인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달라진 북한'에 대한 심리적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서 바라본 북한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정부, 기업과 가계와 개인에게 있어서 이러한 상황(북한의 핵능력 증강)에 대한 심리적 준비와 예측 그리고 물리적 준비의 필요성은 아직 뚜렷하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며 "한국은 북핵능력 증강이라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시키고 있는 보다 위험스러울 수 있는 북한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내성과 면역체계를 새롭게 준비하고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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