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사정 "멕시코 건설 비용에 대해 언급말라"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가 양국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음을 알고도 큰소리 친 정황이 드러났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1월27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멕시코장벽 비용을 안 댄다고 말하면 안 된다"면서 "만약에 멕시코가 장벽 건설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당신들을 더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거듭 당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건설 비용은 다른 데서 조달하겠다고 사정하면서 "우리 국민은 '멕시코가 장벽 비용을 댈 것'이라고 하겠지만 당신네 국민은 약간 다른 언어로 비슷하게 말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벽 건설 비용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도 요청했다.

이에 니에토 대통령은 "장벽은 멕시코의 존엄과 관련된 이슈이며 우리나라의 국가 자부심과 직결된다"며 "멕시코는 장벽비용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장벽에 대해 말하는 것은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양국 국경에 거대 장벽을 건설하고 그 비용은 멕시코가 100% 지불토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장벽건설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니에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이같이 통사정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체면을 구겼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