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인사청문회 유감
지난 20일 백운규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면서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인사가 마무리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내각을 꾸리는 과정에서 주요 요직의 경우 후보자들의 검증을 위한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각종 불법, 비리 의혹들이 우후죽순처럼 불거져 나오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특히 이번 정부의 인사청문회가 더욱 주목받게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지켜졌을까?
유감스럽지만 공약이 지켜졌다고 동의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후보자 중 상당수와 관련해 5대 비리 중 일부에 해당하는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에 가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5대 비리 배제 원칙'을 계속 지키겠다면서도 원칙의 실제 적용에 있어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인사청문회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에 처음으로 도입됐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주요 권력기관장은 물론 모든 국무위원 후보자가 검증 대상에 포함됐다.
인사청문회의 원조는 미국이다. 주요 공직 후보자 검증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서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검증한다. 미국의 경우 고위공직자 임명은 백악관이 후보자를 선정하면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등이 후보자들의 탈세, 처벌 전력, 정치적 성향, 사생활까지 철저하게 검증한 뒤 이뤄진다. 상원의 인준도 거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로 청와대만 나서서 불과 수주일 동안 검증을 할 뿐이며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여부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도 있어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인사청문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정쟁도구로 전락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인사청문회의 존재 의의가 매우 큰 만큼 제도 보완을 통해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우선 공직인선 원칙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5대 비리에 더해 전과(음주운전 등), 헌법가치를 훼손한 언행 및 경력(비윤리적 차별발언, 종북발언 등)등을 기본으로 하되, 개별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감안한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정당한 사유에 의한 병역면제나, 전과자라고 하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낮은 경우, 단지 행정사무 편의를 위한 위장전입 등은 배제 원칙에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가족처럼 후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에게 배제 원칙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생계 공동체 또는 미성년자의 경우라면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이를 후보자의 흠결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공직 배제 사유를 검증하기 위한 과정은 국회 인준 이전에 충분한 기간 동안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고, 국회 인준 과정에서는 이 과정을 통과한 자들에 대해 직무수행 능력, 국정 철학 등 적극적 요소만을 검증하는 것이 인사청문회가 제 기능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인사청문회가 공직임용 과정에서 의미 있는 절차가 되기 위해서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이들만이 공직에 임용되도록 하여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민주적 견제 기능이 충실히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 ㆍ 전(前)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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