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이웃집 흰 개/허윤정
흰 개 한 마리
집주인을 닮았는지
낯선 사람 찾아가도
짖을 줄을 모르더라
붉은 꽃
수염에 얹고
봄 가는 줄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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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고 가끔은 두렵기까지 하다. 꼭 얼굴을 맞대고 앉는 경우뿐만 아니라 전화나 문자, SNS상에서도 매한가지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가 분노와 울분, 슬픔과 짜증, 비난과 시기, 그리고 자기 자랑을 대놓고 혹은 교묘히 숨긴 채 머리가 자글자글 끓을 때까지 끊임없이 말을 내뱉곤 한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을 많이 그리고 오래 만난 날은 피곤하고 허하다. 그런 날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가 않다. 대신 다만 가만히 바랄 따름이다. 내일은 순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순한 사람 곁에서 나도 봄여름 가는 줄 모르고 입술 위에 "붉은 꽃" 얹고 아무런 말없이 한나절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말이다.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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