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 그 오묘한 관계에 대하여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인간과 동물,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와 철저히 고기 생산을 위해 계획된 ‘슈퍼돼지’ 옥자와의 순수한 우정을 그린다. 미자는 옥자를 구하려하지만, 이들을 둘러싸고 각자 이권을 챙기려는 자들 때문에 위기에 봉착한다.
자본주의에 지배된 인간은 탐욕으로 인해 스스로 관계를 무너뜨린다. 그 사이에 동물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한다. 인간은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며 동물을 마음대로 이용한다. 왼손으로 고양이를 끌어안으면서도 오른손으로는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반려견 1000만 시대라고 하지만, 그만큼 길거리에 버려지는 애완견도 많다. 안락사는 너무나도 쉽게 이뤄진다.
‘동물은 교감할 수 있는 친구인가?’ ‘지배하고 이용해야할 대상인가?’에 대한 논쟁은 쉽사리 결론 맺기 어렵다. 인간은 시대에 따라 동물과의 관계를 정립했다. 고대에는 이집트 벽화에서 알 수 있듯 생존 또는 주술적 의미로 여겨졌다. 인간의 교감 대상으로 여겨진 것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근대 서양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는 ‘동물에게 영혼이 없다’고 했다. 20세기 와서야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1930~2004)는 벌거벗은 자신을 바라보는 고양이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간과 동물이 맺은 일방적 관계에 재정립이 필요할까? 최근 서울에선 동물을 주제로 한 전시가 대중에 주목을 받는다. 한 번쯤 그 관계를 놓고 숙고할 만하다.
이동헌, Plastic Bag Elephant, 레진에 우레탄도색, 70×35×50cm, 2012(왼쪽) / Plastic Bag Dog, 레진에 우레탄도색, 80×60×50cm, 2012
원본보기 아이콘허진 작가(55·전남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는 스물아홉 번째 개인전(세종갤러리·6월13~25일)을 통해 최근 3년간 신작 시리즈 ‘유목동물+인간문명’,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를 공개했다. 인간의 이기(利己)를 위해 만들어진 휴대폰, 가방, 자동차 등의 이기(利器)와 야생동물을 한 캔버스에 담는다. 때로는 두 캔버스를 합쳐 이종융합동물을 만든다. 그 위로 인간형상의 무늬가 나뒹군다.
허 작가는 문명의 파괴적 양상에 집중한다. 유전자 조작, 생명복제 등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디스토피아적 재앙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킨다. 그는 “인간은 현대의 조직화된 문명 속에서 어딘가 얽매인다. 과학문명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삶을 그렸다. 인간이 자연의 마음으로 돌아가 자유로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대미술관은 동물원을 주제로 인간·동물의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욱 전면에 내세운다. ‘미술관 동물원’전(6월7일 ~8월13일)은 태초의 야생성을 상실한 동물과 이를 야기한 인간과의 관계를 다채로운 오브제(회화·조각 등 50여점)로 표현한다.
동물원은 자본주의가 낳은 축복과 재앙이 한데 뒤섞인 곳이다. 인간에게는 판타지로 가득 찬 일종의 놀이터지만 동물에겐 지옥이 따로 없다. 동물원에는 인간의 잔혹함이 서려있다. 전시는 현대미술 속 동물의 의미를 찾으며, 인간의 폭력과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그런가하면, 인간은 동물을 통해 치유를 받기도 한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畵畵 반려·교감’전(5월16일~7월9일)은 동·식물 주제로 이들과의 교감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작가 40여명의 작품 100여점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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