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독락당/조정권
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셔 버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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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두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 시를 쓰신 조정권 선생께서 지난 몇 년 동안 투병하시다가 지금은 무척 위중하시다는 이야기였다. 선생의 시를 읽거나 직접 뵌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만큼 선생의 시는 그리고 선생 당신은, 그 꼭 다문 입매와 형형한 눈빛처럼 결연한 어떤 '정신'이라고밖에 표현할 길 없는 무언가를 단정하나 매섭게 품고 있다. 이 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이 애써 오른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서 주저 없이 "내려오는 길을 부셔 버린 이", 그가 조정권 선생이다. 이 시를 읽고 나면 매번 이가 시릴 따름이다. 어떤 이들은 조정권 선생의 시를 두고 '정신주의'라고 명명하곤 하는데,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이미 오로지 '정신'인 시인에게 '-주의'라는 호명은 호사가적 취미라고 해도 허락될 수 없는 일이다. 이 시는 다만 읽고 가늠할 길 없는 "까마득한" 높이에 그저 놀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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