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상장사 지난해 1만3000명 넘게 인력 감축…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부·재계 소통이 전제조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첫 번째는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1일 '일자리 100일 플랜'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의지가 담긴 행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공약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재계가 느끼는 압박감도 상당하다. 정부가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주요 대기업의 일자리 늘리기가 병행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대기업의 일자리 동향을 월 단위로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위 10대 그룹이 될지, 30대 그룹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 대해 주목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청년실업문제 등 일자리가 사회적인 이슈가 부각된 지는 오래됐다. 대통령으로 새로 뽑힌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자리 대통령'을 공언하고 나선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효과를 볼 경우 '성공한 정부'로 가는 지름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4일 일자리상황판을 시연하면서 장하성 정책실장,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과 함께 일자리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4일 일자리상황판을 시연하면서 장하성 정책실장,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과 함께 일자리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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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역대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고 해서 기업이 없는 일자리를 억지로 만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제 규모가 전체적으로 커지고 안정화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가능한 과제라는 얘기다.


실제로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30대 그룹의 경우 일자리를 오히려 줄여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0대 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 179곳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고용규모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만3000명의 인력이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용규모는 85만7991명으로 2015년 87만1190명보다 1만3199명(1.52%) 감소한 수치다. 감소 비율이 높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가 30대 그룹에 몰려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만만치 않은 수치다.


삼성은 지난해 1만2720명(6.64%)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3698명(3.82%)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 그룹은 4572명(14.75%)을 감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산그룹은 2011명(10.73%), 대우조선해양은 1938명(14.68%), 신세계 1289명(3.22%), KT 1144명(2.5%)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이 늘어난 기업도 없지는 않다. 미래에셋은 옛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등 영향으로 지난해 1591명(35.39%)의 인력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LG는 1293명(1.18%), 현대자동차 1283명(0.93%), 포스코 1237명(5.32%)도 직원을 1000명 이상 늘렸다.


기업은 경기 동향에 따라 인력규모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 합병이나 매각 등 특별한 이슈가 있을 경우 인력 변동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수는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는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바로 이 부분에 고민의 지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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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경제정책 전반의 조정과 실질적인 변화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정부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재계와의 갈등 논란이 불거지는 등 삐거덕 거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의에 공감하지만, 기업과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나누려는 분위기인지는 의문"이라며 "군기 잡기 논란이 불거지는 것 자체가 순탄하지 않은 현재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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