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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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대선이 끝났다. 뭔가를 먹은 것 같긴 한데 포만감이 들진 않는다. 왜 그럴까. 숙성이 덜 된 까닭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으로 갑자기 당겨진 대선이다. 누구도 이런 상황을 바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은 벌어졌고 일단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서야만 했다. 무엇보다 구악의 척결이 시급했다. 저들의 저항이 심했기 때문에 전력투구를 해야 했다. 다른 것에 관심을 둘 여유조차 없었다. 힘들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나니, 그때서야 비로소 대선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투표가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선거전은 초반부터 혼전양상이었다. 후보가 난립했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제3지대론이 태풍의 핵이었다. 누가 주도하느냐로 신경전이 치열했지만,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채 힘을 잃어갔다. 역대 최다 15명 출마에 5자 구도로 선거가 끝까지 가면서 누구도 과반을 점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다 표차로 승리했지만, 41.1%를 득표했을 뿐이다. 확고한 정당성을 바탕으로 정국을 주도하기에는 애매한 수치다. 여소야대 상황과 맞물려 험로를 예고한다.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표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2위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은 24%다. 3위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은 21.4%다. 문 대통령은 안 후보의 득표율에 주목해야 한다. 선거 후반 안 후보에 대한 보수의 지지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보의 지지도 적지 않았다. 특히 호남의 지지가 눈길을 끈다. 광주 30.1%, 전남 30.7%를 비롯해 전북에서도 23.8%를 득표했다. 지난해 총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호남 유권자는 이번에도 두 사람에게 표를 나눠준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안 후보와의 단일화로 문 후보가 득표한 것이 48%였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가 득표한 것을 합치면 무려 62.5%에 달한다. 이것이 범진보 진영이 이번 대선에서 획득한 전체 득표다. 반면에 바른정당까지 포함한 범보수 진영의 득표율은 30.8%에 불과하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 정도 성적을 거둔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단 합쳤을 경우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치다.

문 대통령도 이를 모르지 않는 것 같다. 이낙연 전남지사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데에서 나름의 포석이 읽힌다. 일종의 연정 구도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려 할 지 모른다. 안철수 빼고 헤쳐모여를 시도할 가능성이다. 진보발 정계개편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60석이다. 과반을 넘어서기 때문에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바른정당 의석수까지 더하면 180석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점에서 첫 단계로 국민의당과 합당을 우선 추진하고, 다음 단계로 바른정당과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명분이다. 국민의당과 합당 추진에 대해 호남 정서가 부정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데에는 사표 방지 심리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본 때문이다. 홍 후보의 추격세가 거셌기 때문에 선거 막판 이런 심리는 더 커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호남 유권자들의 친노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까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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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국민의당, 범진보 진영 내에서도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섣부른 합당은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당장은 연정 수준으로 조율하는 것이 좀 더 안정적으로 정국을 끌고 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1단계 국민의당과 연정 구축, 2단계 바른정당과 연대 추구, 이것이 정국을 연착륙시키는 길이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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