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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코뿔소 다가온다]경제 봄바람은 착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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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상향·기업 호실적·코스피 상승 등 지표는 좋지만
가계빚·보호무역·브렉시트 등…"회색코뿔소 속도 늦춰졌을 뿐"

[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회색코뿔소가 예상치 못한 속도로 다가오며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는 시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작년 말 새해 경기전망을 하며 내놓은 진단이다. 2017년에는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보다는 이미 알려진 요인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회색 코뿔소란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큰 위험을 뜻하는 단어다. 블랙스완은 예측과 대비를 할 수 없는 돌발사태지만 회색 코뿔소는 신호가 미약해서가 아니라 위험신호를 일부러 무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이다.

이 총재의 우려와 달리 최근 경제지표들에 줄줄이 파란불이 켜지면서 우리 경제에 봄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60개월 연속 흑자ㆍ사상 최장 흑자 행진', '반도체 등 수출 증가세 지속', '주가 상승세' 등이 주요 근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색코뿔소가 달려오는 속도에 변화가 있을 뿐이기 때문에 장기불황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일단 거시지표가 개선된 것은 맞다. 바닥이 될 것이라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외로 선방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1%에서 2.5%로 상향조정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경제전망을 상향할 전망이다.

기업부문 역시 반도체와 석화 등을 중심으로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슈퍼사이클'을 맞으며 올 들어 3개월 연속 사상 최대 수준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주택시장 역시 우려했던 것보다는 안정적이다.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본격화로 부동산시장 침체론이 제기됐지만,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하는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는 올 들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또 소비자물가가 올들어 2% 내외의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줄었다. 나라 곳간이 넉넉해지면서 정부 예산 여윳돈인 세계잉여금은 9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됐다'고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다. 국가경제의 3대 주체 중 하나인 가계를 중심으로 한 서민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월 실업률은 5.0%로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12.3%로 역대 두 번째로 최악이다. 2월 소비는 4개월만에 상승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조치에 대비한 중국 보따리상들의 사재기 영향이 컸다.

특히 가계는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344조원에 달한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80조2000억원이나 된다. 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어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향후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가계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를 언제든지 뒤흔들 대외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Brexitㆍ브렉시트) 등의 리스크는 아직 경제에 뚜렷한 악영향을 주지는 않았으나 해소도 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관광과 화장품에 이어 자동차로까지 확산일로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지금 경제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이른 감이 있다"며 "반도체ㆍ석화 등 대기업 중심의 총량적 경제지표는 좋아졌지만 이들이 서민생활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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