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권재희 기자]#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살던 20대 여성 A씨가 과거 머물던 마포의 한 오피스텔은 관리비를 포함해 85만원을 월세로 받았다. 보증금 1000만원도 따로 있었다. 소득이 일정치 않은데 매달 100만원 가까운 금액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건 큰 부담이었다. A씨는 현재 다른 곳으로 집을 옮겼다.


A씨의 사례는 눈에 띄는 한 두명의 일만이 아니다. 특히 최근 저금리 등으로 인한 월세화 현상,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소득 수준에 비해 주거비가 과도하게 나가는 가구가 크게 늘었다. 정부가 해마다 진행하는 주거실태조사에서 무주택가구의 주거비 부담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월 소득 대비 임대료비율(RIR)이 30% 이상인 가구를 지역이나 가구주 연령, 소득계층별로 나눠 파악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RIR이 30%라는 건 월 소득이 100만원일 경우 30만원을 임대료나 관리비로 내고 있다는 뜻으로, 이를 넘어서면 통상 주거비 부담이 과도하다고 본다. 일반 가구의 주거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짝수해마다 진행하는 주거실태조사에서 RIR 30% 이상 가구를 지역이나 소득, 연령별로 나눠 살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RIR 30% 이상 가구가 전국적으로 27.1%에 달했는데 이는 유럽과 비교하면 2~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유럽의 주거·주택정책이 국내와 상이하고 소득ㆍ주거비 기준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국내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높은 수준인 데다 계약기간이 짧아 주거안정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제기돼 왔다.

주거비 부담이 과도한 가구를 시계열에 따라 분석하면서 맞춤형 주거복지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행복주택 등 특정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주거급여 등 비용지원까지 나섰지만 차상위계층 등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이 적지 않았다.


특히 최근 월세가구가 급증하면서 무주택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느는 가운데, 주거비 부담과다 가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현황을 파악함으로써 상대적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정책을 마련할 이론적 근거가 생겼다. 월세가구의 경우 주거비 지출로 인해 자산을 형성하는 데 제약을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이들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이 줄어드는 건 단순히 개별 가구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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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가점유가구의 경우 최근 5년간 늘어난 순자산이 3500만원 가량인데 반해 전세가구는 2040만원, 월세는 1076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세대의 경우 일자리문제와 겹쳐 주거불안, 빈곤화 문제가 심화하면서 계층이동, 주거이동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진 연구위원은 "생애주기 관점에서 주거복지 정책을 짜면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하는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소득이 낮아 빈곤 위험이 높은 청년기와 노년기에 주거복지를 강화하면서 소득 재분배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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