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 좇던 운용사 '반토막' 굴욕
장기 투자 표방하는 한국투자밸류·에셋플러스운용·메리츠운용
액티브펀드시장 침체로 수수료 수입 급감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장기ㆍ가치투자를 표방했던 자산운용사들의 수난시대다. 주식형 액티브펀드 시장 침체에 따른 수수료 수입 급감으로 실적이 줄줄이 반토막 났다. 인덱스와 대체투자 등 투자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각 운용사별 고유 브랜드를 키우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가치투자 운용사로 꼽히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2%, 55%, 55.4% 감소했다. 일반 기업의 매출에 해당하는 영업수익도 각각 17.3%, 20.8%, 19.6%씩 줄었다. 최근 금융 당국에서 운용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연간실적을 냈다고 발표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최근 타 유형 대비 수수료가 높은 주식형펀드가 외면받으며 생겨난 결과다. 특히 그 중에서도 수수료가 더 비싼 액티브펀드가 지난해 시장수익률보다 못한 결과를 내면서 높은 수수료를 상쇄하지 못했다. 가치주 운용사들은 그동안 이름있는 펀드매니저를 앞세운 액티브펀드로 투자자들에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으나 전세계적인 저성장 장기화로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급격한 이탈을 초래했고 운용사의 수수료 수입을 결정하는 펀드 규모가 대폭 줄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최근 3개월 간 국내 주식형 액티브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자금 유출 현황을 보면 상위권엔 가치주 운용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운용사와 같은 가치주 운용사로 꼽히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운용'에 3325억원이 빠져나가며 1위를 차지했다. 한국밸류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주식)(모)'엔 1298억원이 순유출되며 3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에셋플러스 코리아리치투게더 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엔 1088억원,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 1[주식]'에도 855억원이 흘러나가며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순유출 상위 50개펀드 중 9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액티브펀드다.
반면 이들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운용사들은 실적면에서 선방했다. 대형주와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중심으로 역량을 보여온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18% 늘었다.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영업이익이 7.5% 줄었으나 당기순이익은 113% 급증했다. 이들은 지난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치열한 저보수 경쟁을 벌였으나 아직 실적면에서는 윈윈하고 있다.
대체투자 부문에 특화된 운용사들도 실적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부동산투자에 강점을 보이는 이지스운용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 증가했고 아시아운용은 6억원 적자에서 6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인프라와 항공 등 특별자산 부문에 고유 브랜드를 갖고있는 맥쿼리운용과 KDB인프라 운용 역시 영업이익이 각각 62.2%, 26.9% 늘었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가졌던 보수적인 투자전략 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공모펀드 시장에 수수료 합리화를 위한 성과보수제가 도입되면서 업권 내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장기ㆍ가치투자를 표방했던 주요 운용사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위축된 것은 수익률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운용사 수익에 여과없이 반영됐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수익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냉정하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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