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식형 액티브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펀드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자 1(주식) 종류C'로 지난달 28일까지 2766억원이 이탈했다.
올 들어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펀드 상위 4개 모두 2014년과 지난해 상반기에 높은 성과로 가치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가치주 펀드다. KB자산운용을 제외하면 나머지 3곳은 펀드 설정액이 1조원대에서 5조원 안팎인 중형 또는 소형 운용사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승승장구했던 에셋플러스ㆍ한국투자밸류ㆍ메리츠운용은 올해 간판펀드가 적게는 -6%대, 많게는 -25%대의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자 급격한 자금 엑소더스(exodusㆍ탈출)로 힘겨운 보릿고개를 지나가고 있다.
펀드 설정액이 4조7640억원인 한국투자밸류운용에서는 8958억원, 6조782억원인 메리츠운용에서는 8232억원이 1년 사이에 줄었다.
운용사들은 자금 운용 규모에 따라 운용보수를 받기 때문에 펀드 설정액이 줄어들면 그만큼 이익도 감소하게 된다.
운용업계에서는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사실상 '롱(longㆍ매수)' 전략에만 의존하는 운용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에셋플러스ㆍ한국투자밸류ㆍ메리츠운용 모두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가치주에 투자하는 롱 전략을 쓰는데 올해처럼 증시가 지지부진하고, 주도주마저 이들 회사가 투자한 종목과 다를 경우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실제로 코스피는 전날 1983.75로 1년 전보다 1.98% 하락했고, 올해 시장도 가치주 운용사가 선호하는 중소형주가 아닌 대형주가 주도해 시황도 이들 운용사에 불리했다.
일각에서는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되고 국내 증시 또한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운용 전략을 다변화할 여력이 큰 대형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고 분석한다. 국내 '빅2'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년 동안 펀드 설정액이 각각 14조1481억원, 8조7000억원 늘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랜 '박스피'를 경험하면서 대형사들은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 외에도 메자닌 증권,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멀티에셋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중소형 운용사도 특색을 강화하거나 절대수익을 낼 수 있는 역량을 높여서 달라진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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